기초가 중요하다
기초가 중요하다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9.06.23 2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연숙자 <교육문화부장>
   사상누각이란 말이 있다. 모래 위에 집을 짓는다는 뜻이다. 흩어지는 속성을 지닌 모래이고 보면 그 위에 만든 집의 운명은 뻔하다. 허물고 다시 지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요즘 충북이 문화선진도를 선언하고 추진되고 있는 사업들을 보면 이런 우려를 가지기 충분하다.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현장에서 앞장 서고 있는 수많은 이들을 생각하면 펜 끝이 무뎌지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생각이다.

22일 열린 충북문화재단 설립 공청회는 이러한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공청회 성격상 많은 사람이 와야한다는 당연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객석은 썰렁했다. 여기에 사람이 없음을 무관심으로만 돌리는 주최측의 무성의도 사업 추진의 의지를 의심케 했다.

이날 공청회는 충북도와 충북의 문화예술단체 3곳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그럼에도 공청회장은 텅 비었다. 사람을 동원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충북의 문화예술을 이끌고 있는 기라성 같은 단체임에도 예술인들의 관심이 이 정도라면 문화예술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어느 정도일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공청회장의 풍경은 언급이 필요없으리라.

형태적 외향 외에도 재단 설립과 관련된 내용적 측면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 15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재단 기본기금도 알고 보면 여타의 문화지원금을 묶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또 사무국 운영에 필요한 1년 예산이 3억원이고 보면 역량있는 문화기획자의 영입은 거의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실적인 경제 지원이 없는 한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하긴 어렵다는 의견이다. 사람의 문제는 결국 재단의 역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고 보면 이 또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도가 지원할 부분도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도는 일정 기간 이후 재단의 자립경영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자립이 난맥상을 겪을 경우, 이에 대비한 방안은 전무하다. 타 시도에서 빚어지고 있는 이 문제는 기본금을 잠식하거나 부실 운영을 초래하는 사례로도 충분히 예견되고 있다.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방식들에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충북문화재단은 충북의 문화예술을 한층 높일 수 있는 중심축이 될 수 있다. 또 창조와 개성을 중시하는 예술 분야를 민간으로 이관함으로써 얻어질 커다란 장점은 활발한, 살아있는 예술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청회에서 자주 등장한 말처럼 어렵게 충북문화재단이 설립되게 됐다. 이는 문화예술인들의 오랜 숙원 사업이기도 하다. 자칫 예술인들이 문화권력화하려거나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으로 비쳐질까 걱정된다는 말도 이해된다. 하지만 여건이 열악하고 이제 첫 발걸음을 떼고 있다고 해서 추진되고 있는 문화정책에 대해 비판을 두려워 해선 안될 일이다.

문화재단 설립이 중요한 만큼 틈실하게 뿌리내리는 과정도 중요하다. 예술인들이 심지를 모으고, 시민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예술을 만들어갈 때 충북의 문화예술이 빛이 날 수 있다고 본다. 하반기부터는 충북문화재단 설립에 관한 세부 계획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심도 있는 과정을 통해 충북문화재단이란 틈실한 예술품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