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이 포도청' 생계범죄 급증
'목구멍이 포도청' 생계범죄 급증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6.1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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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
김우영 <소설가>
   빅톨 위고의 '한국형 장발장'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극도의 경기불황이 평범한 주민들조차 빵 한 조각 때문에 수십년간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생계형 범죄 증가는 어려운 경제난 이후 한국 사회의 불안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근래 어느 사람이 절도혐의로 경찰서에 구속되었다. 그는 고물상에서 알루미늄새시 30kg과 고철 1백kg(시가 36만원)을 훔친 혐의로 구속되었다. 직장에서 해고된 후 생후 6개월된 아들 분유값을 마련할 길이 없어 재활용품을 모으러 다니다가 고철덩어리를 보고 갑자기 욕심이 생겼다는 것이 범죄의 동기였다.

이처럼 생활고를 못이겨 저지르는 범죄는 작년 말 이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또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국수와 참기름 등 1만7000여원어치의 식료품을 훔치다 주인에게 들켰다는 어느 주부의 가슴 저린 이야기. 막노동을 하는 시아버지와 남편이 일거리가 없어 수입이 끊긴 지 오래인 데다가 현재 임신 8개월이라서 먹고 싶은 것이 많아 남의 물건에 손 댔다는 게 그 주부의 호소였다.

자녀 유치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빈집털이에 나선 실직자, 식량이 없어 가게에서 봉지쌀을 훔친 가장, 빚독촉에 시달리자 신생아를 유괴한 임신부, 모두 절박한 상태에서 저지른 IMF 생계형 신종 범죄이다.

심지어 주차 차량의 기름을 빼가거나 공사현장 전깃줄이나 구리전선을 도난당하는 사건도 주변에서 빈발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 모금함이 털리는가 하면 공공건물에 비치해 놓은 휴지, 메모지, 볼펜 등도 없어진다. 공중전화 박스도 수난을 당하고 있다.

경제위기의 소용돌이 속에 허우적거리며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사람에게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며 사기를 치는 경제사범도 늘고 있다고 한다. 명예퇴직자의 퇴직금을 노린 취업사기나 다단계 판매사기, 자금난에 쪼달리는 중소기업을 두 번 울리는 대출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

사회학자들에 따르면 한 사회에서 실업률이 1% 늘어나면 범죄는 보통 5%이상 증가한다. 만약 올해 실업률이 9%를 넘어 실업자가 2백만명에 이르면 범죄는 작년보다 35%이상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럴 경우 치안부재의 위기상황이 오지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이처럼 범죄가 급증하다 보니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사소한 문제도 폭력이나 살인으로 연결되는 등 인심마저 흉흉해지고 있다.

현재 전국 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는 만원사례라고 한다. 최근에는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자포자기성 범죄를 저지른 뒤 교도소에 자수(!)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하나 뜻 있는 사회학자는 요즈음의 사태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정리해고나 임금삭감 등으로 상실감에 빠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준법정신이 약해진다."

"어려워진 이들에게 고통분담을 강요한다면 사회에 대한 증오심까지 생겨 걷잡을 수 없는 돌출행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다행히 근래에는 우리나라 경제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늘 아래 땅 위에 가장 존귀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 했거늘, ' 빅톨 위고'여 그대 어찌하여 한국 땅에 상륙하였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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