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통찰과 실천
어른들의 통찰과 실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5.2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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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칼럼
허건행 <전교조 충북지부 부지부장>
   이 땅의 민주화와 참교육을 위해 먼저 가신 이들의 명복을 빈다. 무한경쟁 속에 멍드는 아이들에게 행복과 희망을 씨줄 날줄로 엮어 만든 종이비행기를 날린다.

실질적 민주주의가 완성된 선진 문화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을 위해 청년, 어른들의 깊은 통찰과 실천을 고대한다.

시 한편

한 해가 지나고 이듬해 늦은 봄 기실 지독하니 긴 날들의 연속이었다. 긴 날들을 포개 업고 가는 시간의 중층 속 사람들의 아픔과 기원이 속속 배어 있었던 그해. 늦은 봄 지독한 가뭄 끝에 비가 왔다. 마른 바람 불고 미친 불길 훨훨 했던 눈먼 발길질의 횡포에도 사람들은 쩍쩍 갈라지는 산천논밭의 생명줄을 놓지 않고 싱싱한 흙감과 비릿한 물향을 그리며 시퍼렇게 낫을 벼렸다. 산자들은 웅웅 낫의 울음으로 맘 밭을 다스리며 운명처럼 손끝을 태워 소지공양을 했다. 미친 불길 속 사악한 독사의 혀끝을 긴 활인검으로 반토막 내며 온몸을 미친 불길위에 던진 이들도 있었다.

그네들의 육신은 재가 되어 마른 산천 떠돌며 목마른 사람들 손끝에 내려앉아 희망의 불씨로 살아났다. 너울너울 촛불로 타올랐다. 몸 사름이 비님을 기리는 기원의 장대를 하늘위로 솟구치게 했다. 그리하여 이윽고 비님이 오셨으니 한 해 하고도 반년 미친 소 눈망울처럼 활활 세상을 숯검댕으로 만들던 오만과 독선의 자식들은 투명한 물빛 기운에 천생 비겁의 양식을 입에 털어 넣고 가식의 가면을 뒤집어 쓴 채 후두둑 후둑 솟는 하늘 눈물에 꼬리를 감추었다. 뿌리까지 메말라 낭떠러지 삶을 움켜쥐고 있던 사람들은 어머니 대지를 수놓는 수없는 생명의 그릇들을 눈물겹게 바라보았다. 사무치던 긴 한발의 시간을 이기고 하늘과 땅을 잇는 지상에서 가장 긴 기원의 장대비가 끝내 지상 낮은 곳의 사람들과 생명들의 맘 속 마른 방죽을 울렸던 것이다. 그날 5월 아 환장할 비님의 춤사위가 온 대지위에 펼쳐졌으니 이내 사람들도 세상 생것들과 어울려 알몸뚱이로 춤을 추었다.

바짝 말라버려 시원을 갈구하던 세상 우물에 실핏줄의 강들이 무수히 돋아났다. 두레박도 더께더께 낀 먼지를 걷어냈다. 세상을 울려 얻은 눈물의 샘물이 흘러 넘쳐 실 강 젖줄을 적시며 큰 강물을 이루며 세상과 세상을 이었다. 어화 둥둥 함께 울려 빚은 그날 세상은 아름다울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으니 사람들은 마른 입술 축이고 생멸을 되짚었고 산천초목도 서로 서로 입을 맞추며 침묵의 강을 건너 중심 깊은 곳에 두었던 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날 세상은 십자가를 지고 가는 지저스의 모습이었다. 사람들도 스스로 십자가를 등에 메고 낮은 대지에 입술을 포갰다. 입술 자리엔 크고 작은 비석들이 들쑥날쑥 솟았으니 대지에 튼실히 뿌리내린 기원의 깃발들이 비석위로 끊임없이 펄럭이는 것을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그해 봄 아픔을 겪고 향 짙은 꽃은 피었다 그날 이후 비가 오면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꽃 속에서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시 두편

한 송이 꽃/ 겨자씨 한 알/ 숨어있는 우주/ 숨 놓고/ 꽃상여 타고 사라진 이/ 겨자씨 속으로 들어간 이/ 꽃 한 송이로 돌아 간 이/ 슬픔 접어 접어/ 어드메 가는 길/ 겨자씨 속 움막 한 채/ 한 송이 꽃 속 움막 한 채/ 목말라 움막 한 채/ 해 저물어 움막 한 채/ 움막 한 채 내 몸/ 내 몸 속 느리게 늙어가는/ 허름한 움막 한 채/ 기우뚱 움막 한 채/ 곰삭아 움막 한 채/ 어드으메에 가는 길/ 하늘로 돌아가는 길/ 육신을 이끄는 당나귀 한 마리/ 빈 당나귀 소리/ 공명 되어 하늘 된 빈 움막/ 움막 한 채/ 명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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