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설립취지 살려야 한다
특목고 설립취지 살려야 한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5.2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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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효겸 <전 충북도부교육감.호서대초빙교수>
   이명박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 방안 중 하나로 20조원에 육박하는 사교육비 절감 묘책을 찾고 있다. 정부는 사교육비가 증가되는 원인이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수목적고 입학전형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는 것 같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8일 당정협의에서 사교육 없는 학교, 방과 후 학교강화, 교과 교실제, 학원관리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특수목적고 입학전형개선안은 추가로 등장한 내용이다. 교과부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검토 중인 특목고 입시개선 방안은 2010학년도부터 외국어고의 지필평가를 금지하고, 2011학년도부터 과학고 입시에서 경시대회와 영재교육원 수료자 특별전형을 폐지하기로 사전 의견을 조율했다. 외고입시에서는 수학, 과학 가중치를 과도하게 주지 못하게 하고 올림피아드나 영재학급 선발기준에 있어서 시험을 배제하고 과학고 입시에서도 입학사정관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 교과부의 검토 내용이다.

1980년대 초 외국어고와 과학고 신설운영제도를 채택할 때의 본래의 순수한 취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외국어고의 경우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 해외 상사주재원 자녀와 재외근무 공관원 자녀들이 국내에 입학 또는 편입학 하는 데 필요성을 느끼고 학력인정 특수학교로 출발한 것이다.

외국 장기 근무로 인한 상사주재원과 재외근무 공관원 자녀들이 일반학교에 입학 또는 편입학 할 경우 적응이 안돼 이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을 두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응모지역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전국에서 응모할 수 있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점차 외국어고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특수목적고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것도 서울, 부산을 중심으로 설립했고 광역시 그리고 일반도(道) 순으로 설립한 것이다. 정책도입 당시는 사립으로 출발한 것이다. 사립으로 설립할 독지가가 없는 경우는 도교육청에서 공립으로 설립한 것이다.

서울특별시, 부산, 대구, 인천, 대전, 광주광역시와 일반도(道)의 연구중심인력이 집중한 연구단지내에서는 외국어고의 선호도가 높지만 충북 등 일부 도 단위에서의 외국어고는 일반인문계고보다도 수준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외국어고에서는 사용빈도가 높은 외국어만 교육시켜서는 안된다. 이는 설립취지와 어긋나는 것이다.

설사 선호도가 떨어진다해도 이 분야의 국제교역을 넓여나가야 하므로 폭넓은 외국어 전문가를 인내심을 가지고 양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잘나가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만을 양성해 간다면 외국어고의 존립은 그 의의를 잃을 수도 있다. 이 점에 초점을 맞추어 외국어고를 육성하고 입시 제도를 진단해야 한다.

마치 외국어고가 특수한 상위수준학생을 뽑아서 우수한 대학에 입학시키는 일반 인문계고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면 이것은 당초 설립목적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외국어고의 입학전형 개선방안은 보다 명확해진다.

과학고의 경우도 우리나라 과학교육이 낙후되어 있고 노벨과학수상자가 전무한 현실을 타개해나가기 위해 설립된 것이다. 과학에 흥미와 취미가 있는 우수 학생을 조기에 발굴해서 이들에게 심층교육을 시키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과학고를 나와서 일반 인문계고처럼 일류대학의 일류학과를 선호하는 인재를 길러낸다면 이 또한 당초 설립 목적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사교육 억제책을 특목고 입시와 연계시키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외국어고와 과학고의 당초 설립목적에 왜곡되게 운영되는 부분을 과감히 수술하고 당초 설립목적에 부합하게 운영하도록 진흥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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