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와 좀비족
지도자와 좀비족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5.1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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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

김우영 <소설가>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단체생활은 일정한 선이 있어야 유지가 된다. 집단을 구성하는 성원과 그 집단을 리더 하는 지도자가 있게 되는데 이는 상하의 주종관계가 아니라 서로 보완. 양립하는 협동의 관계이다.

먼저 '지도자 상'을 살펴보자. 지도자라면 우선 사심없이 공명정대한 일 처리와 유유한 덕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남다른 희생감과 사명감 따위의 지도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회 심리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고위직 지도자가 물러나야 할 때는 다음과 같은 경우라고 한다.

첫째, 지도자의 생각과 집단 성원의 생각이 거리감을 보이기 시작했을 때이다. 지도자의 생각과 집단 성원의 생각이 같을 경우엔 지도력이 강해지나, 집단 성원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면 그들은 지도자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기 때문이다.

둘째, 지도자들이 집단 성원보다도 나은 사람이 아니라고 객관적 평가를 받을 때이다. 집단성원 중 누구보다도 훌륭한 능력과 해박한 지식으로 타의 존경을 받아야지 별 볼일 없는 무능력자로 알려지면 지도자 교체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셋째, 집단 성원 전체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평가 받을 때이다. 자기 일신을 위해 몇몇 특정인 특정 부류만을 위하는 사람이라 평가 받으면 반발을 사게 된다. 다수를 위해 희생 할 줄 아는 지도자라야 집단 성원들로부터 흠모를 받게 되는 것이다.

위와 같이 분류되는 지도자는 물러나야 될 때라 한다. 그 자리는 꼭 그 사람만의 것도 아니다. 소신껏 일하고 물러날 줄 아는 인물이 지도자감인 것이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지극히 소인배적인 발상이다. 자리에 연연하여 발버둥치면 불명예퇴진을 강요받는 것이다.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 것이지,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다음은 이른바 '좀비족(Zombie族)을 살펴보자. 평소 배우고 닦았던 지식을 창의적으로 발휘하기보다는 그저 호구지책으로 그저 쫓겨나지 않을 정도로만 일상을 대하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는 더러 있다.

다음과 같은 부류는 좀비족형에 속한다. 첫째, 상사에게는 알랑알랑하고 부하에게는 귀신인 사람. 직장에서 신변을 유지하는 것이 곧 보험이라는 사고방식의 소유자이다.

둘째, 허세와 만용을 부리며 늘 일하는 척 과장하는 사람. 조직의 노하우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비생산적 과시형이다.

셋째, 비창의적 업무 추진과 안일한 무사주의의 팽배로 근시안적 사고형의 사람. 넷째, 직장을 나그네처럼 드나들면서 지위를 악용하여 이권행위를 일삼는 사람. 다섯째, 직원회의나 상호 의견 교환시 진보적이고 참신한 대안책이 있음에도 가만이 있다가 대세가 기우는 쪽으로 부화뇌동하는 사람. 줏대 없는 해바라기형이다.

여섯째, 철저한 이중인격자인 사람. 동료들끼리의 술좌석에서 어울리는 척하고는 일단 상사와의 조우가 생기면 비밀 보고를 하는 아부형이다. 이와 같은 것이 대략적인 좀비족에 속한다.

훌륭한 지도자 밑에 참신한 후진이 숨쉬고 있는 것이다. 지도자라는 자리를 자신의 도구화 내지는 명예나 인기의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또 그 자리는 자신이 아니면 운영이 안 된다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 자리 자체에 대한 병적인 미련을 버리고, 참신하고 의욕 있는 후진에게 미련 없이 자리를 넘겨줄줄 아는 현명한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사회도 그런 지도자를 요구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젊고 유능한 새싹을 크지 못하게 경직시키는 구태 의연함도 버려야 한다. 훌륭한 지도자가 사회를 이끌면 사회도 그들을 탄탄하게 뒷받침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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