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3분
마지막 3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5.0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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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에 부쳐
김병기 <증평 형석고 교사>
  홀로 되신 어머니와 전화하다가 마지막 인사를 하려는 순간, 내 숨이 뚝 끊겼습니다. 삼류영화관의 필름처럼 툭 끊어진 목숨 뒤에는 저승사자와 벗 한 사람이 지키고 서서 '당신은 이제 지상의 이름을 잃었습니다.'라고 합니다.

마지막 인사가 '사랑해요, 어머니'였는데 말입니다. 끝없는 길을 가다가 저승사자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너무 허망하고 애틋하여 어머니 집에 들러서 간다는 말씀은 올려야겠다고 떼를 썼습니다. 저승사자는 그러라 하며 단 3분을 허락하였습니다.

"어머니께서 저를 알아보실 수 있나요" 하니, "마음 간절하면 산도 옮길 수 있는 법이지"라고 합니다. 3분 동안 드릴 말씀 생각하니, 참 많은 시간의 강이 흐르고 마른 눈물이 났습니다. 마지막 드릴 말씀은 "고마워요, 미안해요, 사랑해요"밖에 없었습니다. 1분씩 또박또박 말씀 올리려다가 어머니 얼굴을 뵙자마자 꿈이 확 깼습니다.

보름 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하늘 가시기 이틀 전, 내 몸 꼭 껴안고 입을 귀에 가까이 대고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끝내 말씀 한마디 내 몸에 넣어주지 못 하시고 눈빛만 고요했습니다. 꼭 하고 싶은 말씀 있으셨겠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막내에게 마지막 3분을 다 쓰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다 알아들었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삶이 길지 않습니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이르지 못하고 마지막 3분이 다 지나갑니다. 만날 수 있을 때, 부모님 손 한 번 더 만지는 것이 효도입니다. 말할 수 있을 때, 맑은 이야기 나누는 게 효행입니다. 때 지나면 눈물로 강물을 이루어도 다 소용 없는 일입니다. 이미 사랑이 떠나간 후의 통곡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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