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민간 기업이 움직일때다
이젠 민간 기업이 움직일때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5.0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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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규의 경제칵테일
안창규 <경제칼럼니스트>
안 창 규 <경제칼럼니스트>

경제 위기가 끝나가고 있다는 인식이 정부와 경제계 일각에서 확산되는 분위기다. 경제가 이미 바닥을 쳤다는 말까지 간간이 나온다.

최근에 발표되는 여러 경제지표들로 봐서는 그럴 만도 하다. 우선 4월 무역수지가 60억2천만 달러의 사상 최대 폭의 흑자를 냈다. 2월, 3월에 이어 3개월 연속 흑자다.

당분간 흑자기조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목줄을 조여 온 외화난 걱정은 한숨 돌리게 됐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동기보다 4.3% 줄어 환란때인 1998년 4분기(-6.0%) 이후 최악을 기록했으나 전기 대비로는 0.1% 성장으로 작년 4분기(-5.1%)보다 한결 나아진 모습이다.

달러당 1600원에 육박하던 환율은 1200원대(4월 30일 종가기준 1282.0원)로 떨어졌고, 작년 10월 900선을 위협하던 코스피지수는 1400포인트를 넘보고 있다. 3월 광공업 생산이 작년 동기보다 10.6% 감소했으나 전월 대비로는 3개월째 증가세이고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는 14개월 만에 동반 상승했다. 이 정도면 바닥론이 나올 만도 하다. 지난달 소비심리지수(CSI)가 98로 전달보다 14포인트나 올라 4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보이고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도 12포인트가 뛰어올라 69를 나타낸 것도 체감경기의 호전을 반영한다.

그러나 일부 지표의 호전을 두고 경기 회복의 신호탄으로 착각해선 곤란하다.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세계 경제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남들보다 위험에 더 노출돼 있다. 경기 하강속도가 둔화된 건 맞지만 아직 회복을 속단하기엔 이르다는 얘기다. 내수와 수출 모두 전망이 좋지 않고 고용지표도 악화일로다. 2월에 전달보다 5.2% 늘어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였던 소비재판매는 3월에 1.9% 감소로 돌아섰고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보다 23.7%나 감소했으며 경기선행지표인 건설수주도 14.7% 줄어들었다. 바닥권 탈출이 쉽지 않음을 뜻한다. 4월 무역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라지만 수출이 19.0% 줄고 수입은 35.6%나 감소한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은 섣부른 낙관론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 강화에 나설 때다. 그것이 호경기를 대비하고 국가순위를 끌어올리는 지름길이다. 경기하강이 둔화된 지금이 구조조정의 적기다. 정부와 금융계가 기업 옥석 가리기를 전 업종으로 확대한다지만 건설, 조선, 해운업의 경우처럼 '누구도 안 죽는' 식의 시늉만 내는 구조조정이 돼서는 곤란하다.

지금은 민간의 자발적인 노력을 이끌어내는 게 관건이다. 은행이든, 기업이든, 구원의 손길만 기다려서는 안된다. 미국 자동차업계 3위인 크라이슬러가 끝내 법정관리의 길로 들어섰고, 대량해고, 자산매각, 공장 축소, 경비절감 등의 강력한 자구노력을 펼치고 있는 1위 제너럴모터스(GM)도 바람 앞의 등불 신세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엔 국민의 혈세를 부실기업에 무작정 쏟아 붓지 않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

사사건건 정부가 나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정부가 위기 초기의 사전적 대응이 잘 먹혀들어 공황으로 이어지는 파국을 막은 공은 인정할 만하지만 이젠 민간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데 정책적 역량을 결집해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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