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세계화와 인간의 존엄성
위기관리 세계화와 인간의 존엄성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4.2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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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의 위기시대 위기관리론
이 재 은 <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오늘날 우리 사회를 규정하고 있는 몇 가지 대표적인 용어들이 있다. 현대화는 말할 것도 없고 도시화나 정보화, 고령화, 고도화 등이 그것이다.

이외에도 무한경쟁 시대의 도래를 의미하는 신자유주의나 독일의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Ulrich Beck)에 의해 처음 사용된 위험사회(risk society) 등도 오늘날 현대사회를 특징짓는 대표적인 용어 중의 하나로 보인다. 이들 용어 외에도 세계화라는 말도 오늘날의 사회를 잘 대표하고 있다.

처음 세계화라는 용어를 접했을 때는 약간 두렵기도 했고 의외이기도 했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세계화라는 말을 쉽게 이해하고 있고 일상적인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다. 세계화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을 다음과 같이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지구촌 사회가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의 소식을 찾아 전해주는 신문과 방송 덕택에 우리는 집 안에서도 다른 나라의 소식을 듣고는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놀라기도 하면서 인식과 감정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무한경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간의 각종 장벽이 사라지고 민족 개념이 서서히 축소되면서 각종 인적·물적 교류나 경쟁에서 국경 없는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경향성이 나타나게 되었다.

셋째, 모든 의사소통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고도로 발달된 정보통신시스템의 하이테크 덕분에 전 세계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게 됐다. 위기관리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학교 대학원 제자들과 함께 북경의 중국과학원에서 한-중 위기관리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던 중에 휴대폰으로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다. 칼럼 원고를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넷째, 국제 질서의 패러다임이 종교, 민족, 이념, 이익으로부터 안전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는 같은 민족인지의 여부를 따지기보다 그리고 동일한 이념을 지녔는지의 여부보다 오히려 테러를 지지하는 국가인지 여부를 가리는 안전 패러다임이 국제 사회 속에서 더욱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다.

이러한 세계화의 덕분에 각종 신간 도서나 연구 자료, 학술회의 자료들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되고 있고 또한 여러 국가의 학자들이 공동의 주제를 놓고 진지한 토론을 할 수도 있게 되었다. 최근 북경에서 개최했던 위기관리 국제학술회의 역시 마찬가지였다. 짧은 시간동안 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하던 세미나 중에 이들 논의를 하나로 관통할 수 있는 핵심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고민 끝의 해답은 결국 인간의 존엄성(human dignity)이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향상시키고자 하는 기본 가치야말로 바로 위기관리의 궁극적 목표로 생각되었다. 시설물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정보통신시스템이나 전력시스템, 원자력시스템을 보호하고 다중위험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을 예방하고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들 시설물이나 시스템, 기능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해 본다면 그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생명과 재산, 건강을 보호하고 인간으로서의 기본 가치와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서 위기관리가 필요한 것이며, 이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법, 행정, 제도, 문화, 인식, 시설, 시스템, 기능 등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제 위기관리에서도 사람을 중심에 놓고 논의를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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