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같은 세상, 에라 똥이다
똥 같은 세상, 에라 똥이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4.13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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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성식 생태전문기자 <프리랜서>

어린아기의 똥은 건강 리트머스다. 해서 엄마들은 흔히 똥의 상태를 통해 아기 건강을 체크한다. 똥이 노란지 푸른지, 아니면 묽은지 된지, 자주보는지 적당한 시간에 보는지, 점액은 없는지 등을 살펴봄으로써 말 못하는 아기의 건강을 가늠한다. 어떤 엄마는 굳이 냄새까지 맡아본다. 구수하면 OK, 구리면 걱정부터 하며 약가방을 찾는다.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나이 든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기 스스로 제똥을 관찰하는 게 다를 뿐이다. 쾌변이면 기분 좋고 시원찮으면 꺼림칙해 한다. 제 아무리 권력 있고 돈 많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제똥 상태 앞에서는 고개 숙인다. 그만큼 똥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중요함에도 누구나 똥 얘길 꺼린다. 아니 무슨 금기사항이나 되는 것처럼 고상 떨기 일쑤다. 대놓고 똥 얘길 하면 천하다거나 거친 사람 취급한다. "내 안엔 똥이 없다"는 식이다.

똥은 생태학에서도 중요한 대상이다. 생태조사를 할 땐 어느 지역에 어느 종의 동물이 서식하는지 추적케 하는 중요 단서다. 또 그 동물이 언제 지나갔는지, 크기는 어느 정도이고 몇 개체가 서식하는지 등을 알려주는 주요 잣대다. 짐승똥은 또 그 주인의 습성도 말해 준다. 예를 들어 오소리와 너구리는 꼭 자신들만 애용하는 이른바 똥자리를 따로 마련해 놓고 매번 볼일을 보지만 그 양상이 다르다. 오소리는 대개 똥굴을 파고 그 앞에 누거나 한 장소에 널찍이 누는데 반해 너구리는 똥굴을 파지 않고 한 장소에 수북이 쌓이도록 눈다.

또한 짐승똥은 상냥스럽게도 주인장의 식성까지 알려준다. 검은색에 질고 마디가 없으며 쉽게 썩으면 오소리똥이요 똥자루가 비교적 굵고 비닐 조각 등 이물질이 섞여 있으면 너구리똥인 경우가 많다. 오소리는 딱정벌레나 지렁이 같은 무척추동물을 즐겨 먹고 너구리는 도토리같은 식물 열매서부터 쥐, 새,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먹이를 먹기 때문이다. 짐승똥은 일종의 신호 역할도 한다.

맹금류인 황조롱이는 쥐가 싼 똥에서 발산되는 자외선을 감지해 쥐가 숨은 장소와 마릿수까지 감지한다. 더욱더 신기한 것은 똥을 통해 자신을 보호하는 동물도 있다는 점이다.

일부 곤충의 애벌레들은 천적이 다가오면 냄새가 지독한 똥을 순간적으로 분사해 위기를 모면한다. 똥은 또 영역 표시 역할도 한다. 대부분의 동물들이 매일밤 야간순찰을 하며 자신의 똥자리가 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다. 우리말에 똥줄이란 말이 있다. 원뜻은 급하게 내깔기는 똥줄기를 일컫지만 흔히 관용구로 사용된다. 다급한 사태에 부닥쳐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는 상태에 있을때 '똥줄이 타다'란 말을 쓰고 혼이 나서 매우 급할 때는 '똥줄이 빠지다'란 표현을, 몹시 두려워 겁을 낼 때는 '똥줄이 당기다'란 표현을 쓴다.

목하 우리사회에는 똥줄이 타고 빠지고 당기는 사람들이 꽤나 여럿 있어 보인다. 구린돈에 얽혀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전직 대통령 패밀리와 주변 인물들이 바로 그들이다. "내 안엔 적어도 우리 식솔들 안엔 전혀 구린 똥은 없을 것"이라고 임기 중 입만 열면 떠들던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벌써 뒷간 갔다온 걸 잊은 모양이다.

똥의 속성은 어쨌든 구린 것이다. 다만 그 주인장의 상태에 따라 구린 정도가 다를 뿐이다. 자신은 구리지 않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구린지 안 구린지, 아니면 헛방귀인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다. 속내야 어떻든 국민을 기만한 파렴치에 속이 매스껍다. 누구는 '똥줄 빠지게' 벌어도 평생 못 만져볼 돈을 빚얘기 한마디에 덥석 주고 받았다니, 똥 같은 세상이다. 에라, 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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