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안전불감증 그 끝은 어디
우리 사회 안전불감증 그 끝은 어디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4.05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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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칼럼
김미자 <지구를 살리는 청주여성모임 대표>

'석면 베이비 파우더, 1급 발암물질 검출.'

순간 기사를 자세히 검색해 석면함유 판정을 받았다는 11개 품목의 사진을 찾았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썼던 바로 그 제품이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물질은 베이비파우더의 원료로 사용되는 '탈크(Talc)'다. 탈크는 도자기 원료, 페인트 충전재, 고급 지류 제작 등 다양한 곳에 원료로 사용되며, 심지어 다이어트 식품의 원료로도 사용되고 식품첨가물로도 사용된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1987년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며, 석면형 섬유질이 함유된 탈크도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특히 여성은 회음부에 사용할 경우 난소암의 발생을 두 배 높일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잠복기가 10년~40년 이상으로 길기 때문에 영·유아기에 석면에 노출되면 한창 성장하는 청소년기나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할 청년기에 치명적인 암과 불치의 석면질환에 걸릴 수도 있다.

이곳 저곳 격분해 글을 올리긴 했지만 그것 가지고는 성이 안찼다. 지난번 GMO분유파동때 대형마트에서조차 제품을 회수 조치하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혹시 지방이라 또는 작은 마트라 회수가 미처 되지 않은 곳은 없을까. 그래서 남편과 함께 동네 슈퍼 3곳, 약국, 유아용품점, 대형마트 2곳을 찾아 다니며 어떤 상황인지 실태조사를 해 보았다. 워낙 심각한 사안이라 그런지 다행히도 모두 회수 조치됐다.

한 대형마트는 이미 식약청 직원이 다녀갔다며 손사레를 쳤다. 한 유아용품점의 주인은 "우리는 모두 회수조치 했다"며 "반품 들어오고 골치 아프다"고 불평 섞인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아이들 쓰는 물건에 그런 위험한 것을 사용합니까. 말도 안 되지요. 아이들에게는 최상의 것을 주는 게 맞죠" 기분이 상해 한마디하고 나왔지만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저런 이야기들이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그렇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3조를 보면 '어른이 어린이에게 해 줘야 하는 것이 있을때 그 어른은 최선의 것을 주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과연 우리 사회가 그렇게 돌아가는지 심각하게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안전불감증'이라는 심각한 질병에 걸려 있는 듯하다. 관리하고 점검해야 할 정부도,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하고 제품을 만들어야 할 기업도 심지어 소비자도 너나 할 것 없이 그렇다.

포르말린 골뱅이가 그랬고 PPA성분 감기약이 그랬고 새우깡 생쥐머리가 그랬고, 멜라민 파동이 그랬다. 그때마다 식약청은 '사후약방문' 대처에서 예방적 사전 관리로 바꾸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이번 파동을 보면서 그런 약속은 또 공염불이 됐다. 더욱 분통 터지는 것은 이미 5년 전인 2004년 연구용역보고서에 석면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으면서 방치, 직무유기를 했던 것이다. 국제적으로 일본은 이미 1987년 유럽은 2005년, 미국은 그 이듬해에 석면이 검출되면 안 된다는 관리 기준을 마련했다.

기업 또한 소비자의 안전과 건강은 뒷전이고 국제적인 기준에 크게 떨어지는 국내 기준을 지켰을 뿐이라는 식의 태도로 이윤추구를 최우선의 목표로 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이런 사회적 안전불감증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온통 떠들썩하다가는 이내 잠잠해지는 소비자의 건망증도 한몫한다.

정부는 지금 당장 문제가 된 베이비파우더 제품뿐 아니라 조사한다고 밝힌 성인용 화장품을 포함해 탈크를 원료로 사용해 석면함유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생활용품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에 대한 결과는 국민들에게 공개하며 석면 등과 같은 위험물질에 대한 엄격한 관리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소비자들은 이번만큼은 정부가 어떻게 책임을 지는지, 해당 기업이 어떻게 피해 보상을 하고, 성찰하는지 두 눈 뜨고 똑똑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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