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수사 신경전 최고조…향후 수사는?
PD수첩 수사 신경전 최고조…향후 수사는?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4.0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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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편파보도 의혹 수사와 관련, 검찰과 PD수첩 제작진 사이의 신경전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검찰은 최근 "제작진의 e메일 등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이춘근 PD를 체포해 조사하고 제작진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이에 제작진 측은 "검찰이 언론 플레이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강력히 반발하면서 언론을 통해 제기되는 검찰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檢 "의도적 방송 왜곡 증거 확보" vs PD수첩 "말도 안 되는 소리"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전현준)는 제작진이 지난해 4월 광우병 쇠고기 편 방송 직전에 취재 내용과 다르게 자막을 고치는 등 단순 번역 오류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는 정황을 10여 곳 발견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메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의하면 방송 당일 대본이 크게 수정되는 등 10여 곳에서 실제 취재 내용과 다르게 보도가 나간 것을 확인했다"며 "여러 정황상 이런 보도를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려워 어떤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자막 계획서를 확인한 결과 제작진이 처음에는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을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로 기재했지만 방송 당일 'v'를 추가해 'vCJD'(인간광우병)로 보도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제작진은 빈슨 어머니가 '내 딸이 인간광우병에 걸렸다면, 내 딸이 어떻게 인간광우병에 걸렸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음에도 앞부분을 제외하고 '내 딸이 어떻게 인간광우병에 걸렸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작진 측은 '검찰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PD수첩의 입장'이라는 반박자료를 통해 "검찰이 일부 언론을 이용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검찰의 방송 전 자막 수정 주장에 대해 "방송이 나가기 직전까지 (자막 등을) 고치는 게 피디의 일"이라며 "왜곡 의도가 있었다면 원음이 들리지 않게 우리말로 더빙을 하지, 음성을 그대로 내보내면서 왜곡을 하겠느냐"며 검찰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 "검찰이 공표한대로 번역 원본을 다 확보했고 번역 전문을 다 봤다면,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CJD를 vCJD라는 취지로 말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빈슨의 어머니는 자신이 CJD라고 말한 것은 vCJD를 의미했다는 사실을 본인이 직접 제작진에게 확인해줬다"고 강조했다.

◇언론 통한 신경전 최고조…평행선은 언제까지?

제작진과 검찰의 이 같은 신경전은 언론을 통한 대리전 양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제작진 측은 검찰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일부 보수 언론에 대해, 검찰은 자신들의 주장을 넣지 않는 보도형태에 대해 각각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제작진 측은 최근 일부 보수 언론사 두 곳을 직접 거명하며 "법적조치를 포함한 여러 가지 대응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해당 언론사들은) 검찰이 흘리는 수사 내용을 그대로 받아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기사를 쓴다"며 "이는 언론인으로서 기본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제작진 측은 검찰 소환에 불응하면서 검찰이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비난하지만, 오히려 제작진 측이 온갖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다 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사실에 근거한 보도라면 검찰 관계자 이름이 실명으로 나가도 상관 없다"며 "보도 시 검찰 반론도 넣어 국민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신경써 달라"고 덧붙였다.

이춘근 PD 체포 조사 이후 이어지고 있는 이 같은 신경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두 집단 모두 그들의 입장을 굽힐 뜻을 아직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제작진을 소환해 직접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며 제작진의 자발적인 출두를 요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도 없이 의견만으로 강제수사를 벌이면 언론탄압이 되지만 검찰은 적법한 증거를 바탕으로 공식적으로 소환조사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제작진은 그들 주장처럼 잘못이 없다면 소환에 응하면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제작진이 비공개 조사를 원하면 그들이 원하는 시간에 맞추는 등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안 나온다기에 체포를 한 것이지 체포를 위해 조사를 벌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검찰이 증거를 가지고 있고 제작진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곧 제작진이 소환에 응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결국 관건은 제작진이 검찰 소환에 응하면서도 자신들의 명분을 유지할 수 있는 카드를 만들 수 있느냐와 검찰의 인내심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여부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춘근 PD는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수사 과정에서 확인한 검찰의 증거들에 대해 동료들과 의견을 나눠보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난 이춘근 PD체포 당시와 유사하게 불시에 강제수사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제작진 측이 어떤 대응 방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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