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철학이 필요할때
복지철학이 필요할때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4.0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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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칼럼
황명구 <청주 산남종합복지관장>

최근 잇따른 사회복지관련 비리보도는 사회복지인의 한 사람으로 가슴이 아프다. 비리발생 자체도 문제이지만 그것을 보고 마치 모든 사회복지관련기관들이 비리의 온상인 양 국민들에게 비쳐지는 것이 더 속상하다.

전국적으로 밝혀진 공무원 사회복지보조금 횡령과 유용으로 충청북도가 고강도 감사를 벌인 결과 다행히도 도내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사회복지시설 기관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종종 정치권과 기자들이 전화를 한다. 지금의 사회복지비리 현상의 원인은 무엇이고 이것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어떤 것이 있는지 설명해 달라는 것이다. 대답을 선뜻하기가 곤란하다. 정확한 진단과 철저한 대안의 실천이 없는 한 또 다른 오해를 낳기 때문이다.

정부, 자치단체, 사회복지기관 단체 모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의 소견은 짧은 한국사회복지의 역사와 이로 인한 복지철학의 부재로 지금의 현상을 설명하고 싶다.

한국사회복지의 역사를 볼 때 사회복지시설은 근대화 이전부터 빈민구율사업 성격에서 자생한다. 19세기 말부터 주로 종교단체에서 근대적 사회복지시설 형태가 싹틔었고 일제강점기 민간법인 시설운영방식이 도입됐다. 미군정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사회적 욕구는 증가했고 정부의 재정부족으로 인하여 사회복지사업은 민간으로 이전되어 정부의 책임이 전가될 수밖에 없는 역사를 가진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민간사회복지시설들은 가족경영체계로 운영되었으며 정부의 자금은 통제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에서 지급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사회복지사업을 목적으로 법인이 설립돼야 하지만 각종 세제혜택 등을 악용하고자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로 인하여 정부보조금과 후원금의 유용, 법인 담보로 부동산 투기, 수익사업의 불법 전개와 수익금 부당 취득, 노임의 착취, 관할 관청과의 결탁 등의 각종 문제를 야기시켰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이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年2회의 지도점검과 연 1회 감사, 3년마다 복지부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매년 사업운영안내서를 내려보낼 때 아예 시설관련 비리의 사례까지 들어가면서 예산, 사업의 철저한 운영을 요구했고 지도해 왔다.

사실은 정부도 자치단체도 사회복지의 문제와 원인, 그리고 현장의 어려움을 잘 파악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기관은 모든 분야 정부의 감시감독으로 인하여 힘들지만 당연한 일이기에 받아들인다. 요즘은 1만원 이상의 예산집행은 무조건 카드사용을 할 정도로 누수현상이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종사자의 열악한 근무조건과 사업예산 확보가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설 비리가 잇따른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복지철학 부재가 원인이 아닌가 싶다.

복지는 첫째도 둘째도 인간의 행복이 목적이어야 한다. 어렵지만 타인의 삶이 나의 행복이라는 철저한 이타적 목표가 없이는 할 수 없고 해서는 안된다. 또한 인간의 행복을 담보로 사업을 실천하는 현장이기에 전문지식의 소유자인 복지전문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것은 민과 관이 똑같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IMF경제위기를 기점으로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어 개인과 단체 등 복지를 하겠다는 수는 증가하였지만 철학을 점검할 시간이 없었다. 이에 마치 복지가 돈 되는 사업으로 착각하고 실행하는 사람을 종종 본다. 복지에서 돈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정부도 이에 편승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복지는 경영도 아니요 시장도 아니다. 사람을 놓고 시장에서 돈으로 맞바꿀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부와 자치단체는 복지를 제도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보완해야 한다. 또한 복지실천가는 끊임없는 자기점검을 통해 목적과 수단의 전이현상을 막아야 한다. 복지비리의 근절대안은 철저한 사람중심의 복지철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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