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학원 방황 17년만에 종식되나
서원학원 방황 17년만에 종식되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9.03.18 2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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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길 잃은 서원학원이 제갈길을 가야한다는 지역사회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17년을 헤맸다.

1992년 시작된 학원 사태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새로운 인수자로 나선 현대백화점을 만났고 시끄럽던 학교도 간만에 조용하다.

이런 가운데 설립자인 고 강기용 박사의 차남인 인욱씨가 17일 현대백화점 인수방침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부모가 발톱이 빠지도록 일군 학원을 남의 손에 넘기는 것도 억울할 터인데 현대百이 반드시 인수했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까지 잊지 않았다.

"가슴이 답답하다"는 말로 시작된 그의 말처럼 그동안 서원학원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와 학내구성원의 가슴은 답답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서원학원 옛 운호학원이 인재배출과 사학으로서 지역사회에 끼친 영향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41년 역사를 이어오면서 절반 가까이를 학원사태로 세월을 보냈지만 말이다.

외부에 절대 얼굴을 내밀고 싶지 않다던 인욱씨도 이날 '학원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갖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학교를 생각하면 뼈빠지게 고생했던 부모 얼굴이 떠오르고 설립자 과오로 시작된 학원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뭐라 할 말도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현재 자신의 상황도 답답했을 것이다.

그는 기자회견 말미에 자신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부모와 함께 학교를 일구던 때이고, 가장 슬픈 일은 아버지가 작고한 후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일이라며 착잡한 심정을 밝혔다. 잘못 끼운 단추는 애초 바로잡지 않으면 다시 돌아가기란 쉽지 않다.

학원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그동안 관선이사도 파견됐고 새로운 인수자도 나섰지만 이들에 대해 지역민들은 "학원을 날로 먹으려 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불로소득처럼 손대지 않고 코푼 격으로 얻은 학원이다 보니 애착이나 교육적 철학보다는 내 주머니를 채울 창구로 여겼는지도 모른다. 박인목 서원학원 이사장이 학원에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 있지 않다면 "학원 수장으로서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던 강인욱씨의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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