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영동 매천리 미선나무자생지 <천연기념물 제354호 1990년 8월2일 지정>
34. 영동 매천리 미선나무자생지 <천연기념물 제354호 1990년 8월2일 지정>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3.1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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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의 천연기념물 그 천혜의 비상
다른나무 피해 척박한 땅에 뿌리내려

용두 제2공원 야산 경사지에 500여그루 분포

경쟁력 빈약… 볕 잘드는 산기슭 등서 군락


미선나무는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희귀식물이다. 개나리와 흡사해 하얀 개나리라고도 불리는 미선나무는 이른 봄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나 화사함을 자랑한다. 영동 매천리 미선나무 자생지는 매천리 용두공원의 등산로에 자라고 있다. 이곳의 미선나무들은 복원된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보존된 자생지다. 마치 선녀가 드는 부채를 닮았다 하여 미선나무라 부른다.
마을주민 김용환씨가 미선나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싸늘한 겨울바람이 남아 봄의 언저리를 맴도는 사이 남쪽에선 벌써 꽃 소식이 들려온다. 키 작은 꽃다지가 보일 듯 말듯 꽃을 피워올릴 때 하얀 선녀로 불리는 미선나무꽃도 봄을 알리기 위해 잠에서 깨어난다.

꽃도 예쁘지만 향기가 일품인 미선나무는 언제부터인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미선너무는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단 하나의 종으로 한국 특산식물이다. 한때 멸종 위기에 처했을 만큼 자생이 쉽지 않은 것도 나무의 특징이다.

현재 5곳의 자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데 그중 4곳이 충북에 분포되어 미선나무자생지로서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다.

충청의 천연기념물 탐방 마지막으로 영동 매천리 미선나무자생지를 찾았다. 초행길이라 물어물어 찾아간 자생지는 뜻밖에 영동읍에 인접한 용두공원 등산로 옆이었다. 다른 자생지는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데 반해 이곳은 산책하며 수시로 만날 수 있는 조건을 지녔다.

용두산 등산로를 따라 낮은 구릉지가 정상으로 이어지는 곳에 조성된 공원은 입구부터 울타리가 길게 둘러쳐져 있었다. 그리고 울타리 안으로 크고 작은 나무들과 함께 미선나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언뜻 보면 잡목처럼 보여 구분조차 어려웠다. 자생지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없다면 스쳐 지나기 십상이다.

잘 다듬어진 등산로와는 달리 자생지는 온통 돌밭이다. 물을 싫어하는 탓에 생육 조건이 열악함에도 볕이 잘 드는 산기슭에서 군데 군데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다.

경쟁력이 약하다 보니 다른 나무들이 기피하는 곳에 뿌리내림으로써 오히려 살아남는 전략을 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자생지 선택에도 각각의 나무가 살아가는 전략이 들어 있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피어서일까, 꽃이 주는 빛깔과 향기는 일품이다. 꽃 빛은 보통 흰색 꽃이 주를 이루지만 미색과 분홍, 상앗빛으로도 피어난다. 여기에 향기까지 고혹하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뿐만 아니다. 가을에 만나는 열매는 하트 모양을 하고 있어 앙증맞다. 옛 사람들은 선녀들이 들었던 부채와 같다 하여 미선나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었으니 귀함의 정도를 알 수 있다.

공원 입구에서 만난 마을 주민 김용환씨는 "봄이면 미선나무꽃이 피어 향기가 산자락을 가득 메운다"면서 "지금이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지만 옛날에는 동네에 피우는 예쁜 꽃으로만 알고 살았다"며 넉살스레 웃으셨다. "꽃도 예쁘고 향기가 좋아. 시골 사람들이야 먹고 살기 바쁘니 그런 것에 많이 신경쓰지 못하지만 사람들이 꽃을 보려고 찾아오고 또 세계적인 희귀식물인 미선나무가 우리 고장에서 자라니 대단한 거지"하며 자랑하신다.

늘 자연이 이웃인 시골이다 보니 일부러 찾아오는 방문객은 대부분 외지인들이다. 하지만 천연기념물 지정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생지가 외부로 알려지면서 사람의 손을 타니 보존에 어려움이 따른다. 진천의 미선나무자생지가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도 이런 연유이고 보면 득과 실은 동전의 양면이라 할 수 있다.

영동군청 담당자는 "낮은 구릉으로 형성된 용두산을 따라 용두 제2공원에 길게 미선나무가 분포하고 있다"고 말하고 "천연기념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예전처럼 캐가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돌이 많은 야산의 급경사지에 500그루 이상이 자란다"면서 "관목층 중에서도 우점종일 만큼 건강한 상태"라고 전했다.

생김도 개나리와 비슷한 미선나무꽃은 잎보다 먼저 꽃을 피워 봄 소식을 전한다. 남쪽의 봄 소식이 전해지면서 영동의 미선나무 자생지도 곧 봄의 전령이 찾아들 것으로 보인다. 흰빛 분홍빛 옷으로 단장한 선녀들이 어떤 모습으로 피어날지 벌써부터 들썩여진다.
영동 매천리 미선나무자생지 표지석
미선나무 꽃
미선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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