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섬에서 탈주를 꿈꾸는 아이들
고립된 섬에서 탈주를 꿈꾸는 아이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3.1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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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칼럼
허건행 <충주 주덕고 교사>

"거짓 교육은 싫어요. 꼭두각시 교육은 싫어요. 무지한 교육으로 조롱하지 말아요. 선생님, 우릴 그냥 놔 둬요." (핑크플로이드의 벽 中)

지금부터 꼭 30년 전이다. 1979년 영국의 전설적 록그룹 핑크플로이드는 당시 사회에 굳게 둘러쳐진 수많은 벽에 대해서 음악으로 통렬히 저항했다.

당시 영국의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의 인간성 상실, 파시즘적인 국가폭력, 제도화된 획일적 교육을 기성인들의 부끄러움을 대신해 노래했다. 알란파커 감독은 핑크플로이드의 벽을 영상으로 재탄생시켰다. 1982년이었다. 20세기 말을 향해 역사가 꿈틀거리며 가던 시기. 지금으로부터 꼭 27년 전. 당시 영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영화 'The wall'은 영국인들에게 현실을 살피는 계기가 되었다.

'The Wall'은 전쟁 반대, 반파시즘, 획일적 교육 등의 주제에 비판적으로 접근하였지만 가장 강한 메시지는 교육 문제였다. 'The Wall'을 이루는 여러 영상 중 '벽속의 또 다른 벽(Another Brick in the Wall)'은 일그러진 교육의 모습을 충격적 영상과 음악으로 보여 주었다.

'교사로부터 비웃음 당하는 아이들, 무지막지하게 체벌을 당하는 아이들, 일 열로 길게 늘어서 무표정하게 어디론가 가는 아이들, 코와 입이 뭉개진 마스크를 쓴 채 로봇처럼 컨베이어로 이동되는 아이들.

공장의 분쇄기 속으로 마네킹처럼 떨어지는 아이들, 막대를 들고 고함을 치는 교사, 아이들에게 시인의 가슴을 앗아가는 교사, 우리를 내버려 달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절규. 우리는 교육이 필요 없다고 외치는 아이들.' 현재 핑크플로이드의 영상과 음악이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과거 30년 전 'The Wall'이 던진 사회적 반향이 현재에도 유효하다는 정확한 현실 인식이다. 아이들이 느낄 현재의 교육정책은 확신하건대 교육이 아니다. 교육을 가면으로 한 상실과 파괴이다.

어른들의 교육에 대한 인식과 교육정책으로 인해 현실 속의 아이들은 벽 속의 또 다른 벽, 이중벽에 갇혀 있다. 시험과 성적지상주의, 경쟁강화로 둘러쳐진 고립무원의 섬이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행해지는 추악한 정책에 의해 아이들이 시름시름 앓고 죽어가고 있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시대가 30년 전으로 뒷걸음쳤다. 거짓이 난무하고 사이비 교육 관료들이 득세하는 교육 현장이다. 30년 전 영화 'The Wall'속의 아이들은 자신들을 짓누르는 억압의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책과 책·걸상을 태웠다. 망치를 들어 자신들을 가두고 있는 벽(wall)을 부수고 불타고 있는 학교에서 교육이 필요 없다(We need no education.)고 외쳤다. 2009년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고립무원이 섬에서 탈주를 꿈꾸며 뗏목을 묶고 있을지 모른다.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 일제고사 반대'라고 속앓이 하며 외치는 소리가 바로 그 징후이다.

생의 한 과정으로 행복한 시절을 보내는 해맑은 아이들을 원한다면 진정 그런 아이들을 가슴에 안고 싶다면 이 미치광이 교육정책을 반드시 걷어내야 한다. 어른들의 잘못 된 사랑의 방식이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독이 되고 있다.

사회를 무한경쟁구도로 만들어 놓고 사다리 꼭대기에 오를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허황된 교육정책에 침묵으로 내가 동참한다면 바로 우리가 동참하는 것이고 이런 연결고리가 생각 없이 완성되면 대한민국 교육은 곧 조종이 울릴 것이다. 서열화와 무한경쟁의 상징, 반교육적 일제고사가 몰려오고 있다.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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