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득 할머니 꿈, 박인목 이사장은 아는가
김순득 할머니 꿈, 박인목 이사장은 아는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9.03.10 2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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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학교를 다닌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고 설레네요."

지난 2월 말쯤이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서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한 김순득 할머니를 만난 시기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중학교 1학년을 다니다 중도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그녀가 50년만에 대학 문을 들어서게 됐다.

하루 7~8시간 영어 단어와 씨름한 끝에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거쳐 올해 드디어 대학생이 됐다. 그녀는 당시 입학식을 앞둔 들뜬 마음을 "행복하다"는 말로 대신했다. 20년 전부터 써오던 수필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겠다는 소박한 꿈을 안고 들어섰던 대학 문. 대학 합격증을 받던 날 "너처럼 똑똑한 아이를 공부시키지 못해 미안하다"는 유언을 남기고 작고한 친정어머니 생각에 눈물도 났다고 했다.

20년 전부터 써오던 수필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겠다는 소박한 꿈을 안고 들어섰던 캠퍼스를 그녀는 지난 2일 오전에 열린 입학식 이후로 아직까지 밟지 못하고 있다. 재단퇴진을 요구하며 개강식날부터 시작된 학생들의 수업거부로 그녀는 50년을 손꼽아 기다려온 학교생활을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어찌 지내나 궁금하던 차에 전해들은 소식은 소일로 산을 오르고 행여 수업내용을 못알아들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여전히 손에서 영어사전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토록 기다리던 학교생활을 못해 아쉽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한시가 아까운데. 잘되겠죠."라는 답을 줬다.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거리로 가두시위를 나서는 것에 대해 법인 측의 반응은 여전히 모르쇠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 김 할머니가 50년만에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꿈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박인목 이사장은 미안한 마음이라도 들까. 서원대 캠퍼스가 하루빨리 재단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과 홍보물이 아닌 학생들의 생기로 인한 봄바람이 불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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