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런 네모?
둥그런 네모?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3.0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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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칼럼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동그란 네모, 각진 동그라미. 이른바 형용모순의 전형적인 예다.

얼마전 취임 1주년을 맞은 이명박 정부. 이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한 평가를 한다 할 때 가장 적절한 표현이 이 형용모순이 아닐까 한다.

그 근거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작은 정부', 또 하나는 '감세'이다. 서구에 있어서도 작은 정부의 핵심은 복지의 축소였다. 과연 아직도 사회복지관련 공공인력과 공공재원의 규모가 절대부족한 현실에서 작은 정부와 감세는 근본적으로 저열한 사회복지부문의 확충을 허용할 수 없는 조건을 만들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는 사회구성원들의 행복한 삶을 각자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보장하려고 하는 집단적인 노력들이라 표현할 수 있다. 결코 극빈층이나 소수의 취약계층에 관련된 제도가 아니다.

잘 알다시피 서구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집단적 노력들이 자본주의가 지닌 역동성과 효율성을 전혀 침해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자본주의의 경제적, 사회적 성과를 거두기에는 필수적이란 인식이 상당히 정착된 상태이다. 이들은 국가경제가 1년동안 생산해낸 국내총생산(GDP) 중에서 반을 공적 재원으로 내놓고, 다시 그것의 반을 복지비용으로 지출하는 경향을 지녔다. 그리하여 OECD 국가들이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사회지출비는 GDP의 22% 내외에 이른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사회복지의 정당성과 당위성에 대한 인식의 토대가 미약하다. 10여년 전부터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진보아닌 진보정부에서 겨우 복지에 대해 관심을 두기 시작한 이후 사회복지가 정책의 핵심영역으로 부상하기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우리의 경제, 사회 전 분야에 체질화되기에는 너무 미약하다. 당장 앞의 22%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의 수치는 8%에 불과하다. 우린 GDP의 4분의 1만을 공적재원으로 거두어 이로부터 4분의 1만을 사회복지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적어도 복지가 성장의 토대이자 목적이란 선진적인 명제하에서 보자면 1998년 IMF 체제에서 10년이 흐른 2008년체제의 시대정신은 '복지국가로의 안착'이었고, 이는 이명박 정부가 지닌 시대적 과제였었다.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적 대립 구도에 대한 인식을 벗고, 아동양육과 교육, 의료, 노후, 주거 등에 이르는 국민생활의 필수부분을 국가와 공공의 책임영역으로 설정함으로써, 개별 국민들을 시장과 경쟁의 야만성에서 보호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그 구체적인 과업이었다.

그러나 작은 정부와 감세정책을 기조로하면서 복지정책을 강화할 수는 없으며, 설혹 강화한다 외쳐도 그것은 '둥그런 네모'를 그리겠다는 말처럼 모순이다.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가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하에 응급적이고 일회적인 정책을 쏟아내고, 이를 위해 공적자금을 동원해서라도 재정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문제의 근본원인과 우리사회의 본질적 해법에 접근하지 않고 임기응변으로 대응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다. 차제에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여는 시대정신에 부합되기 위해서 이 정부는 작은 정부와 감세에 대한 철회를 선언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녹슨 삽질'에 쏟아 부을 50조원을 사람과 미래에 투자하는 일이야 말로 이 시대에 온 국민을 위해 해야할 가장 신성한 책무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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