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의 오류와 경제회복
구성의 오류와 경제회복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3.0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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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오세만 <한국은행 충북본부장>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실물경제로 파급되면서 국내 경기는 수요·생산·고용 등 전 부문에 걸쳐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1월 소비재 판매는 5개월 연속 감소했고 설비투자 및 제조업 생산은 4개월 연속 감소한 데다 감소폭도 커지고 있다.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에 비해 10만명이나 감소했다. 이처럼 경기가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가계, 기업 등 모든 개별 경제주체가 동시에 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는 지출을 줄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그렇지만 개별 주체의 입장에서는 올바른 결정을 했음에도 전체적으로는 경기가 더 나빠지는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구성의 오류'라고 한다.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란 개별적으로 이익이 되는 행위가 모여 전체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앞줄에 앉은 사람들이 관람 도중 응원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선다면 그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관람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어서야 하고 또 그 뒷자리의 사람들도 일어서다 보면 결국은 모두가 일어서서 관람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앞사람이 일어선 상황에서는 서서 관람하는 것이 이익인 선택이지만 그것이 모여 전체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를 지금의 경제상황에 대입해 보자. 가계의 입장에서는 고용이 불안하고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등 향후의 소득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소비를 최대한 줄여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기업 또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설비 등에 투자하기보다는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고 매출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려면 인건비 등 비용을 절감해야 하므로 고용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개별 경제주체의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지출을 줄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모두가 같은 선택을 한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가계의 소비가 줄면 기업은 이에 맞춰 생산과 투자를 감소시키고 고용을 줄인다. 고용이 줄고 실업자가 늘어나면 이는 다시 가계의 소득 감소를 초래해 소비는 더욱 위축된다. 그러면 기업은 또 더 작아진 수요에 따라 생산과 투자, 고용을 더욱 줄인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경제의 하강 속도는 더욱 빨라지게 되는 것이다. 즉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개별 경제주체 각각의 최선의 선택이 모여 경제 전체는 더욱 어려워진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며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 것도 악순환에 따라 급격히 위축된 수요를 보전해 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대책은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결국 우리경제의 회복은 각 경제주체들의 수요가 회복되어 현재의 악순환이 선순환으로 전환되는 데 달려 있다. 특히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수출도 크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 가계, 대기업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소비와 투자에 나서줄 필요가 있다. 정부도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과 함께 직접적으로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감세가 대표적이고 요즘 거론되고 있는 소비쿠폰제, 신차 구입 보조금 등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충북도가 1월부터 벌이고 있는 '일자리 나누기 범도민운동' 등도 그런 의미에서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꼭 필요한 지출은 너무 미루지 말고 제때에 실행하는 것이 경제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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