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인정은 선진화, 세계화의 전제조건
다양성 인정은 선진화, 세계화의 전제조건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3.0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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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병찬 <충남대 국방연구소>

어느 신혼부부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감자를 쪄놓고 마주 앉았다. 남편이 "소금에 찍어먹게 가져오라"고 하자, 아내가 "설탕에 찍어 먹어야지 촌스럽게 소금이 뭐냐"며 핀잔을 줬다. 이 일로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이혼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살아온 환경과 습관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잣대로만 해석했던 것이 가져온 파경이다. 요즘 우리사회를 보면 비슷한 사례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나' 아닌 '타인'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생각이 가져오는 갈등 현상 말이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다름'을 인정하는 풍토조성이 절실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호 조화를 이룬 개인과 조직은 성장했다. 신라시대의 장보고가 천민출신임에도 '청해진'이라는 해상왕국을 건설하고 동아시아 바다를 장악한 저력은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혜안'은 물론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방과 협력을 중시하는 '멀티코드'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청해진을 구성하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인정했다. 주변 국가를 '따로따로'가 아닌 '하나의 권역'으로 생각하고 청해진으로 끌어들였다. 동아시아 국가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통코드인 불교를 수용했다. '다름'을 인정하는 '멀티코드리더십'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뉴욕 타임즈가 '세계를 움직인 가장 역사적인 리더'로 선정한 칭기즈칸은 적장의 아이를 임신한 부인을 다시 받아들였다. 천민도, 적군도 능력 있고 코드가 맞으면 요직을 맡기는 등 포용력을 발휘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열린 마인드가 세계 최대의 국가를 건설하는 기초가 되었다. 또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정적인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야당(공화당) 출신 레이 라후드를 교통장관으로 기용했다. 그리고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 '경기부양법' 통과를 반대하는 야당 하원의원 아론 쇼크를 전용기로 모셔와 지역구민 앞에서 "매우 촉망받는 신예"라고 칭찬했다. '경기부양법'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작금의 우리 현실과 너무나 비교되는 본받을 만한 좋은 사례라고 생각된다.

'사일로 효과(Organizational Silos Effect)'라는 말이 있다. 조직 내 부서간의 장벽과 이기주의를 의미하는 용어로 어느 조직이든 계?? 출신별, 부서별 '장벽과 갈등'은 있다는 뜻이다. 물론 적절한 장벽과 갈등은 경쟁을 촉진시키고 조직을 발전시키는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개방과 대화, 협력과 조화가 더 필요하다. 또한 다민족, 다문화, 멀티코드 등 '다(多, Multi)'가 대세이자 힘인 시대다. 구성원이 지향해야 할 핵심가치를 재정립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열린 마인드, 문화, 시스템 구축으로 우리 저변에 깔려있는 장벽과 갈등과 분열을 해결하자. 선진화·세계화된 살맛나는 대한민국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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