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사람의 법으로 재판했었다
동물도 사람의 법으로 재판했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2.26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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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겸의 안심세상 웰빙치안
김 중 겸 <경찰 이론과실무학회 부회장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20세기 후반까지 동물재판이 존재했다. 최종사례는 1974년 리비아. 사람을 문 개에게 금고 1개월을 선고했다. 동물처벌관습은 출애급기에도 나온다. 황소가 남자나 여자를 죽게 하면 돌로 쳐 죽여야 한다고 돼 있다.

기록상 최초 재판은 864년 독일 보름스시. 시민이 벌떼에 쏘여 죽었다. 판결은 질식사. 11세기에 성 베르나르드가 성당에서 설교 중 파리들이 방해. 즉각 파문시켰다.

돼지도 대상. 1394년 노르망디에서 어린이를 먹자 교수형에 처했다. 1547년 같은 죄로 일가를 기소. 암퇘지는 처형당했다. 새끼 여섯 마리는 어미를 모방한 죄뿐이라며 훈방했다.

수탉이 1471년 스위스 바젤에서 투옥됐다. 자연의 법칙을 어기고 알을 낳은 죄였다. 악마의 화신이라 해서 화형. 곰도 1499년 독일의 법정에 섰다. 변호인이 곰은 곰이 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쟁 끝에 흐지부지.

이탈리아 스텔비오에서는 두더지가 피고가 됐다. 곡물이 자라지 못하게 땅을 파헤친다는 주민고소 탓이다. 판사는 소환명령을 내렸다. 출두 불가능. 궐석재판에서 추방령을 내렸다. 임신 중이거나 어린 새끼는 14일의 유예기간을 주었다. 온정어린 판례라는 평가.

말도 사형. 1639년 프랑스 디종에서 사람을 낙마시켜 죽게 한 죄다. 이 무렵 러시아의 염소는 시베리아 유형. 이탈리아의 송충이는 불법침입으로 퇴거를 명받았다. 양자 간에 행복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쥐도 마찬가지. 1521년 프랑스에서 보리농사를 망친다는 집단소송이 있었다. 변호인이 모든 쥐에게 소환장을 발부하라. 길목을 지키는 고양이를 퇴치해 달라 했다. 들어줄 재간이 없는 검사가 거부. 기각됐다.

반세기 후 브라질 프란시스코 수도회 수도사들. 흰개미들이 식량과 가구를 먹어치운다고 법원에 호소했다. 관선 변호사는 원주민은 수도사가 아니다. 흰개미라고 주장했다. 판사는 타협안을 냈다. 서로 괴롭히지 말라 했다.

19세기 미국인들은 쥐 등쌀에 고통이 많았다. 그래도 송사는 피했다. 퇴거를 종용하는 정중한 편지를 쥐구멍에 놓았다. 버터나 꿀을 바르는 예절도 갖추었다. 효과야 별무. 해도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웃으시라고 쓴 역사이야기다. 안심세상이 뭐 별건가. 슬그머니 미소 지으면 좀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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