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단양 영천리 측백나무숲 <천연기념물 제62호 1962년 12월 3일 지정>
33. 단양 영천리 측백나무숲 <천연기념물 제62호 1962년 12월 3일 지정>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2.1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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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의 천연기념물 그 천혜의 비상
천연기념물 제62호인 단양 영천리 측백나무숲.
파도가 물결치는 듯 바람에 일렁이는 숲… 자연의 위대함 그대로

석회암지대 절벽서 자생… 5만여㎡에 2000그루 빼곡히
추위·환경오염 저항성 등 강해 장수… 병풍림 등 인기
사계절 푸르름 자랑… 선비의 절개·고고함 그대로 닮아


단양 영천리측백나무숲은 단양에서 제천에 이르는 국도변에 자리 잡고 있다. 큰 도로에서 약 500m 떨어져 있으며, 영천리 마을 입구에 형성된 석회암지대로 인해 측백나무 2000여 그루가 숲을 이루며 자생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측백나무가 석회암지대에 잘 자란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생지로 연구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아파트나 공원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수종 중 하나가 측백나무다.

바늘처럼 생긴 잎이 옆으로 납작하게 자라고 앞뒤에 흰빛을 띠고 있어 측백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사계절 변함없이 푸른 모습을 하고 있는 측백나무는 선비의 절개와 고고한 기상을 상징하며 선조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또 나무의 독특한 성분이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사용되면서 무병장수와 행복, 번영을 기원하는 나무로 여겨왔다.

이처럼 장수와 푸름으로 사랑받은 나무지만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측백나무는 흔치 않다. 대구 팔공산과 가야산, 비슬산에 자생하는 것이 있고, 단양 영천과 대구시 도동, 경북 영양군 감천동에 자생지가 있을 뿐이다.

자생지로의 보존 가치가 높은 단양 영천리측백나무숲은 단양에서 제천에 이르는 국도변에 자리 잡고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큰길에서 영천리 마을 진입로로 들어가는 굴다리를 통과하면 야트막한 산이 나오는데, 평이한 산처럼 보이지만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어 측백나무숲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측백나무는 처음 본다"는 일행의 말처럼 거대한 숲이 바람에 일렁이며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도 느껴졌다.
거대한 측백나무숲이 바람에 일렁이며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산 아래로 들어가 보니 측백나무 숲이 확연해졌다. 아랫부분에는 커다란 측백나무가 자라고 산 위쪽으로는 1~2m 정도의 나무들이 띄엄띄엄 자라고 있었다. 멀리서 볼 땐 산 전체를 초록이 덮은 듯하던 것이 가까이 다가가자 듬성듬성한 속내를 드러내듯 곳곳에 석회암들이 나타났다. 척박하지만 바위 사이에서 뿌리를 내린 측백나무가 크기를 달리하며 숲을 이루고 있었다. 측백나무 군락지이지만 측백만이 산의 주인이 아니다. 자연이 조화를 이루듯 노간주나무와 갈기 조팝나무, 도깨비 고비도 사이좋게 자라고 있었다.

충북산림청 미동산수목원 지용관 계장은 "측백나무는 조경용으로 많이 심고, 자생은 석회암지대 절벽지에서 자라는 특성이 있다"며 "건조하거나 추위에 강하고 환경오염에 대한 저항성도 강해 장수하는 나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양이 좋고 키우기가 쉬워 울타리나 방품림으로 많이 사용한다"면서 "영천의 측백나무는 오래되거나 크진 않지만 석회암지대에 자생하는 나무로 보존 가치가 크다"고 덧붙였다.

5만4347㎡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영천측백나무숲은 산 전면에 길게 밭고랑이 형성돼 있다. 밭이랑 너머로 경계 점? 이어진 울타리를 따라 빼곡한 측백나무가 초록길을 열어준다.

하지만 한유한 농촌의 풍경은 산 뒷면에서 여지없이 깨어졌다. 농가라곤 한 채 없고 땅에선 농부의 손길조차 느낄 수 없었다. 석회암을 채굴하느라 형체마저 사라져 가고 있는 산은 포클레인 자국과 자동차 바퀴로 얼룩져 있었다. 석회암 공장이 들어서 있어 주변은 삭막함 그 자체였으며, 그 길을 분주하게 오가는 트럭이 개발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천연기념물을 관리하고 있는 단양군청 담당자는 "아무래도 주변에 석회공장이 있다 보니 잦은 공사와 분진 등이 나무의 생육에 지장을 준다"면서 "2008년에도 나무에 붉은 병이 돌아 주변 조사를 마쳤지만 병명이나 원인을 찾아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자생지 보호를 위해 주변의 잡목제거와 가지치기 등을 하고 있다"면서 "생육 조사결과 열악한 조건 속에도 나무는 자생적인 번식을 꾸준히 해 2000여 그루가 자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영천 측백나무수림은 개발현장을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측백나무 열매

영천 측백나무숲으로 그나마 버텨내고 있는 산이지만 석회암이 다 캐내지고 경제가치가 사라진 산의 모습은 또 어떤 모습일지.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찾아간 이번 탐방에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 얼마나 어렵고도 먼길인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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