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용 모조지폐 혼란 우려 현실화…유통에 대한 대응은 허술
수사용 모조지폐 혼란 우려 현실화…유통에 대한 대응은 허술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2.18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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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제과점 여주인 납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납치범들에게 전달한 수사용 모조지폐가 시중에 유통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의 허술한 대응이 비난을 사고 있다.

진짜 같은 모조지폐를 섣부르게 범인에게 넘겼다가 범인까지 놓친데다가 모조지폐가 유통될 경우 시장에 혼란을 야기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에 대한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제과점 여주인을 납치한 혐의로 수배중인 정모씨(32)가 17일 오후 6시10분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선릉역 앞에서 인터넷 직거래 사이트를 통해 알게된 박모씨(31)와 직접 만나 경찰로부터 받은 모조지폐 700만원을 주고 오토바이를 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달아난 정씨는 모조지폐를 이용, 오토바이를 구입했지만 당시 범인으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피해자 박씨 역시 처음에는 진짜 돈으로 착각했다.

박씨가 용의자로 부터 받은 돈이 가짜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수사용 모조지폐가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 졌다는 것으로 앞으로 수사용 모조지폐를 가지고 있는 용의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18일 경찰이 공개한 1만원권 모조지폐는 일견 조악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크기는 가로가 진폐보다 1mm 정도 더 크고 일련번호가 EC1195348A로 동일하다. 또 홀로그램도 밝은 은색이 아니라 짙은 회색이며 빛에 따라 모양이 변하지 않는다. 앞면 세종대왕 얼굴에 있는 음영도 모조지폐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또 새로로 찍힌 점 세 게 안에 숨겨진 점자도 없다. 왼쪽 여백의 숨은 그림이 없고 오른쪽 끝 부분에 숨겨진 은색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지폐의 상태는 "모조지폐는 매우 조악한 수준"이라는 당초 발표와는 다른 것도 사실이다. 모조지폐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 단적인 예이다.

경찰은 수사 초기에 "범인들에게 건넨 모조지폐는 컬러복사기로 인쇄해 매우 조악하며 가짜인지 여부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모조지폐는 언뜻 보기엔 큰 차이가 없어 위폐인지 알고 봐야만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냥 볼 경우 진짜 돈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며 말을 바꿨다.

모조지폐의 유통에 대한 대책이 미비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용의자의 신원을 공개하고 전국에 수배 전단지를 뿌리는 한편 모조지폐의 일련번호까지 공개했다"고 답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경찰은 조악한 모조지폐 사용으로 자칫하면 피해자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지 않았겠냐는 지적에 "그럴 수도 있었겠다"며 "그러나 범인이 모조지폐를 사용할 경우 동선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수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답변해 수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음을 증명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화폐모조품 제작 및 사용과 관련된 협조공문을 받은 바 없으며 모조품 제작에 사용한 묶음용 띠지를 제공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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