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는 것과 얻는 것의 차이
잃는 것과 얻는 것의 차이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2.0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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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박 종 관 청원군 주민지원협의체 간사

아이고 추워. 개구리가 엄동설한에 봄인 줄 알고 얼굴을 내밀었다가 깜짝 놀랄 만한 추위다. 최근 들어 조금 풀린것 같지만 그래도 농촌은 추운 날씨다. 부지런한 농사꾼은 이제 한 해 농사준비를 시작할 시기지만 동장군은 그 위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올해 경제상황은 날씨만큼이나 지난해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연일 "경제 살리기에 온 국민이 힘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난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여·야가 하나 돼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합심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으니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찬바람이 쌩쌩 불 게 뻔하다.

그럼에도 정치인은 국회에서 난리고 내 삶의 터전인 청원은 "청주시와 통합을 하네 안 하네, 통합하면 혜택이 많네 적네"하며 시끄럽다. 사람 사는데 혜택이 많고 적음으로 삶의 가치를 따질 수가 있는가 싶다.

시골에서 사는 사람은 문화혜택이 적다고 불행하고 밤이면 네온사인 반짝이는 도심 한복판에 사는 사람은 행복한가 말이다.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아니, 아무도 알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부족한 내 식견으로는 사람 사는 데는 제각기 좋은 게 있고 나쁜 게 있는 것이지 생활 일부분이 윤택해진다고 삶 전체가 행복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여름이면 무더위를 피해 한적한 시골의 산과 물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시원한 걸 따진다면 에어컨 빵빵 나오는 도심 속이 더 시원하지 뭐가 그리 즐겁다고 멀리 시골까지 찾아와 '취사 행위다, 고성방가다, 쓰레기 투기다'로 왁자지껄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얼마 전 조용한 우리 마을에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소문이 돌고 있다. 청주시에서는 예산이 얼마나 많은지 무슨 지원금을 얼마나 준다느니, 쓰레기 치우는 데 비용이 얼마나 적게 든다느니, 혐오시설인 매립장·소각장·화장장 등이 모두 청주시 안에 설치돼 있다느니 하는 말들이다.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해야지 혐오시설이 위치한 지역이 어디 처음부터 청주시였나. 광역소각이 위치한 휴암동이, 화장장이 위치한 월오동이, 하수처리장이 위치한 신대동과 가락리가 청주시였느냐는 말이다.

원래는 청원군이었으나 행정구역 개편으로 청주시에 편입된 지역이지 않은가. 하물며 하수처리장이 위치한 가락리나 광역매립장이 위치한 학천리는 현재 행정구역이 청원군인 것을.

송곳은 주머니에 넣어도 언젠가는 옷을 뚫기 마련이며, 고목은 가지 끝부터 메말라 죽고 만다. 대자연의 이치가 이러할 진데 사람이 하는 일이 이보다 나을 리 없지 않은가. 행정력과 예산이 아무리 풍족해도 고목처럼 대지에 근거지를 둔 지역이나 혜택이 있지 가지 끝에까지 어떤 혜택이 올 것인지 의문스럽기 짝이 없다.

청주시의 주장대로 통합해 늙은 고목이 되는 것보다는 젊고 활기찬 재목이 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청원군은 아직 젊고 힘세며 다가오는 미래를 바라보는 지역에 튼튼한 뿌리를 두고 가지 끝까지 영양분이 골고루 전달돼 장차 큰 재목이 될 준비를 하고 있는데 통합을 하자니 당치도 않은 소리다. 조그마한 혜택을 얻고자 청원군의 큰 미래를 버릴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

개구리는 멀리 뛰기 위해 움츠린다는 옛말과 같이 어려운 경제 속에 온 국민이 하나 되어 경제 살리기에 힘을 쏟는 이때, 청주시는 지역의 경제파수꾼이 돼봄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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