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스포츠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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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혁두 기자
  • 승인 2008.12.2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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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권 혁 두 부국장 <영동>

프로야구가 올해 관중 500만을 돌파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돌풍의 요인은 여러가지다. 외국인 감독을 영입한 롯데의 공격적인 경기와 부산 관중들의 화끈한 관전문화가 견인차로 꼽힌다.

2~5위까지 중위권 팀들은 간발의 차로 연일 순위를 바꿔가며 시즌 내내 구장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9전 전승으로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대표팀의 쾌거도 바람을 일으켰다. 관중 500만 기록은 오로지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선전이 팬들을 구장으로 불러내며 일궈낸 결실이다.

프로야구를 총괄하는 기구가 한국야구위원회(KBO)이다. 사무국에 각종 위원회, 마케팅을 맡는 자회사까지 두고 기록·자료 수집, 야구기술 개발과 보급, 방송중계권 계약, 야구관계자의 상벌 및 복지사업 등을 추진한다. 구단과 선수들을 뒷바라지하는 후원기구로 봐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올해 프로야구의 도약에 이 기구가 기여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최근 프로야구 사장단이 차기 KBO 총재로 추대한 한 의료재단 이사장이 정부의 제동에 걸려 사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BO 정관은 '총재는 이사회 추천을 거쳐 총회에서 선출하되 감독청의 승인을 받아 취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종 승인권을 감독청인 문화부가 갖는 셈이다. 이사회 공식추대를 하루 앞둔 총재 후보가 갑자기 사퇴한 이유는 자명하다. 안 물러나면 감사원까지 동원하는 서슬에 민간재단 이사장이 무슨 수로 버티겠는가. 지금까지 스포츠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낙하산을 탄 정치권 출신들이 KBO 총재직을 거쳐간 것도 문화부의 권한 때문이다.

최근 퇴임한 신상우 전 총재도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10년 선배이다. 2006년 신 총재의 KBO 입성후 동문들이 프로야구계에서 득세하자 '부산상고 출신 낙하산 부대가 KBO를 점령했다'는 농담까지 돌았다고 한다.

프로야구 문외한들을 낙하산 기용한 것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하나같이 무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취임 때마다 돔구장 건설, 구장 현대화, 신설구단 창단 등 청사진을 내세웠지만 대부분 공수표에 그쳤다. 국내 최고의 구장이라는 잠실구장도 비가 와 그라운드에 물이 고이면 걸레로 물을 짜내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부자구단 삼성 라이언즈 홈구장인 대구구장은 붕괴가 우려될 정도이다.

이번에 구단 사장들이 민간에서 총재를 물색한 것도 야구 발전에 애정을 갖고 전념할 수 있는 총재를 원하는 야구인들의 바람을 대변한 것이다.

공기업과 방송에서 변방의 연구기관에 이르기까지 낙하산이 평정한 마당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스포츠계는 룰과 페어플레이가 존중되는 스포츠다운 정서와 풍토가 자리잡아야 한다.

문화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후진적 분야인 정치계에 예속돼 오염되고 퇴보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렇지않아도 지난 2006년 이른바 '황제 테니스' 파문이 일었을 때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테니스장 사용료 600만원을 대납했던 전 서울시체육회 인사가 얼마전 국민생활체육협의회 사무총장에 취임해 눈총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도 전직 대통령의 측근 정치인이 거명되고 있다. 그가 낙하산을 타고 KBO에 입성하는 후안무치한 상황이 전개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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