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러리 용역의 헛다리 검증
들러리 용역의 헛다리 검증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2.1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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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 병 우 <충북도교육위원>

도교육청이 '한국교육학회'에 의뢰한 '충북고입전형개선연구'의 결과가 나왔다기에 보고서를 입수해 보고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교육관련 대표학회의 위신을 건 채 지역교육의 근본을 뒤흔들 문제에 대해 이토록 허술한 보고서를 내도되나 싶어 씁쓸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금쪽같은 4000만원짜리 용역의 결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내신에 연합고사 병행을 바라는 여론이 우세해 그러길 권고한다."

이것이 얼마나 황당한 검증인지는 대운하나 미국산쇠고기 문제에 빗대어 보면 금방 드러난다. 대운하의 경우는 환경관련성과 경제성부터 검증해 보아야 하고, 미국산쇠고기 문제라면 광우병 안전성부터 규명해 보아야 한다. 그것이 검증의 핵심이다. 그런데 검증을 맡은 곳에서 그 부분은 접은 채 여론조사로 대신한다면 어떨까.

이번 연합고사 용역이 바로 그 짝이다. 이 연구의 주된 과제는 고입부활에 대한 교육학적 검증이었다. 교육학회에 용역을 맡긴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문제가 선호도 조사로 결정할 일이었다면 여론조사기관에 맡기지 왜 굳이 교육학회에 맡겼겠는가. 고입연합고사 용역이 필히 검증할 점은 '학력 관련성'이었다. 연합고사 부활의 필요성이 그것에 있다고 주장되었기 때문이다.

하여 지난 몇 해 충북의 학력이 낮아진 것은 사실인지, 낮아졌다면 그 원인이 내신전형만으로 해 온 데 있는지, 연합고사를 부활하면 분명 학력이 올라갈 것인지 등에 대해 충북학생들의 학력추이나 연합고사를 시행해온 시도와의 비교 등을 통해 명백히 규명했어야 했다. 혹여 실체를 찾기 어려웠다면 그 사정이라도 그대로 밝혔어야 했다. 그러나 용역에는 그에 관한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다. 고작 시도한 선호도 조사도 설문구성부터 '눈 가리고 아옹'수준이었다. 내신반영만으로 하는 기존방식의 문제점과 연합고사 병행에 대한 선호여부, 그리고 반영비율과 적용시기 등만 유도하듯 물어볼 뿐, 반대론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연합고사 부활로 파생될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아예 다루지도 않았다. 회오리를 부를 입시부활을 아무런 검증도 없이 권고하면서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언 형태로 도로 떠넘겨 버렸다.

인성교육 소홀과 사교육 증가 등이 우려되니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교조 등의 반대론에도 귀 기울이라고. 이런 '헛다리' 용역을 들러리 삼아, 도교육청은 이제 바야흐로 입시교육을 부추겨 나갈 것이다. 포함교과나 반영비율만 손질하면, 문항출제는 시행하는 시·도들과 공동으로 하면 되리라고 손쉽게 여길는지 모른다.

그러나 입시부활 여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또 있다. 출제경향 문제다. 연구팀이나 도교육청도 이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출제경향에는 ACT(학력고사)방식과 SAT(수능)방식이 있다. 학력고사는 배운 데서 내는 방식이고, 수능은 교과통합적인 사고력을 재는 방식이다. 학력고사가 주입식 암기교육을 조장한다해 대학입시를 수능방식으로 바꾼 지 15년째다.

충북의 고입시도 이에 맞춰 2001년까지는 그 방식(영역별 '학습능력평가')으로 출제했었다. 기왕 고입시를 부활해 옛날로 되돌리려면 어느 시대로 돌릴 것인지 검토해야 하지 않는가. '달달 외우기'가 비법이던 7∼80년대로 돌릴 것인지, 통합적 사고력이나마 유도하던 7∼8년 전으로 돌릴 것인지.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아무리 꼼꼼히 정비한다 하더라도, 입시지옥의 불구덩이에 내쳐질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자꾸만 눈두덩이 뜨거워진다. 그들의 등에 짐 지울 이 땅의 미래까지 함께 들볶임 당할 것을 떠올리자니 눈에서 불줄기가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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