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투만두행 2
카투만두행 2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2.1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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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량의 산&삶 이야기
한 규 량 <충주대 노인보건복지과 교수>

여름방학을 맞은 카투만두 비행기는 최고 성수기였기에 빈 좌석 하나 없는 만석이었다. 기내 승객의 복장을 보면 어느 그룹인가 알 수 있을 정도로 분류가 됐다. 더운 여름이었기에 정장차림의 단체복보다는 티셔츠 차림의 단체복이 훨씬 많았다. 네팔을 위한 이런저런 봉사대의 조직이나 종교단체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복장에 우리 팀도 가세를 한 셈이었다. 스님이나 수녀, 원불교 정녀들이 계셨고 교회 선교를 위한 봉사팀, 적십자 봉사단 등 해외봉사단만 200명 이상 탑승해 있었다.

일주일에 딱 하루 목요일에 출발한 비행기가 카투만두에 도착한다. 그러면 다시 그 비행기에 카투만두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승객을 당일에 태워 되돌아오는 왕복노선이기에 되돌아 올 때 일하기 위한 승객을 가장한 승무원 외에는 거의 대부분이 우리와 같은 봉사단체였다.

기내는 매우 혼잡했다. 사람도 많기도 했지만 최대한의 기내허용물품을 사람보다 더 많이 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체별로 소위 선물이나 구호() 물품을 실어야 했을 테고, 네팔이 후진국이어서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들의 생활용품을 최대한 가져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물품은 바로 두루마리 화장지였다.

어렸을 때 화장지 없이 살아본 경험이 있는 필자는 네팔의 화장실 적응이 어렵지 않겠지만 우리 학생들의 사정은 달랐다. 대부분의 팀들이 이사 후 집들이 집에 가는 양 화장지를 들고 있는 것을 본 우리대원 한 학생이 "우리도 화장지를 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며 후회 섞인 말투로 물었던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었다.

단체의 인원 수로 볼 때 가장 적은 우리 팀은 비행기가 이륙하자 다른 팀들의 정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해외봉사, 선교, 성지순례, 트레킹, 관광 등의 목적을 갖고 온 사람들로서 이들 역시 우리처럼 최소한 3∼4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네팔의 카투만두행 비행기를 탄 사람들의 집합체였으리라 생각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히말라야 원정대 역시 20∼30명의 대원들은 각각의 서로 다른 목적에서 토끼잡이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히말라야 원정대는 원정대장을 주인공으로 많은 원정대원들이 각각 자신들이 꿈꾸는 서로 다른 목적을 안고 떠난다. 예를 들면, 8000m 고지를 향해 떠나는 이들 집합체는 최초의 최고봉을 선택한 대장과 대원 외에도 모든 경비를 지원해주는 후원사의 멤버, 이를 특종으로 방송에 내보내려는 카메라 및 방송팀, 대원들의 안전과 안내를 맡은 셀파, 이 모든 원정대들의 짐을 날라주는 역할을 맡은 포터들이 줄을 잇는다. 그 외에도 원정규모에 따라 요리사, 의료팀까지 동행하게 되니 히말라야에 태극기를 꽂는 영웅을 만들기 위해 서로 목적은 다르지만 많은 조직이 함께 움직여주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설날 아침 특집으로 히말라야에서 생중계되는 원정대의 실황을 보아왔던 나는 원정대의 탐험정신과 인간의 무한한 대자연에 대한 정복능력을 보며 인간으로서의 위대함과 무한도전에 박수치며 감탄했었다. 그런데 이들 원정대의 구성이 각자 다른 토끼잡이들로 구성됐었음을 카투만두행 기내에서 알게 된 것처럼 우리 일행을 포함한 다른 팀들의 봉사원정대들의 토끼잡이 목적 역시 각양각색이란 것을 알았다.

인천에서 네팔 수도 카투만두까지는 직항 노선임에도 불구하고 6시간 비행을 해야만 했다. 전체 300석가량의 비행기에 해외봉사를 위해 떠나는 인원수가 200명이 족히 넘는 것을 보면서 어린 시절 생각이 났다. 해외봉사 나온 선교단들이 우리 집에 머물면서 구호물자 나누어 주었던 그 시절을 말이다. 그런데 40여년이 지난 한국은 지금, 해외봉사를 떠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자랑스러운 한국이 됐다. 개개인의 토끼잡이 목적은 다르지만 어찌됐든 히말라야 정상을 향해 오르는 것처럼 대원들 역시 해외봉사라는 타이틀을 향해 태극기를 들고 하늘을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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