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3. 문백전선 이상있다
363.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2.1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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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78>
글 리징 이 상 훈

"당신 형수뻘 되는 여자에게 무슨 짓이에요?"

'어머! 세상에! 이렇게 잘 난 사내도 다 있다니. 시원스럽게 큰 눈, 오뚝한 코, 균형이 잘 잡힌 입, 반듯한 두 귀, 게다가 사람 가슴을 울리는 굵직한 목소리까지 어디 하나 흠을 잡거나 나무랄 데가 전혀 없네! 이렇게 잘 생긴 사내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영광일진대 내가 그의 품에 꼭 안길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지'

그러나 가곡은 속으로 그를 엄청 좋아하면서도 최소한 여자로서의 자존심은 세워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이 세상 남자들은 너무 값싸게 굴거나 몹시 헤퍼 보이는 여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녀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왕에 몸을 허락할 바에야 처음엔 싫은 척 반항을 좀 하거나 냉정히 거절을 하다가 재차 요구를 해온다든가 좀 더 강력하게 나온다면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당해주는 척 내숭을 떨기로 가곡은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어머머! 이게 무슨 짓이에요 지금 뭐를 하시자는 거죠 남녀가 유별할진대 감히 젊은 여자 앞에서 사내가 옷을 훌훌 벗다니!"

가곡이 가전을 똑바로 쏘아보며 아주 따끔하게 야단쳤다.

"왜? 싫어요?"

가전은 마지막 남아있는 아랫도리마저 훌러덩 벗으려다 말고 가곡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흥! 이래봬도 저는 댁의 형님(갈전)되는 분과 몸을 섞은 바 있는 여자예요. 비록 내가 지금 노비의 신분이긴 하지만 어떻게 짐승처럼 굴 수 있겠어요 당신은 형수뻘 되는 여자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나요"

가곡의 호된 꾸지람을 듣자 가전의 얼굴은 대번에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잠시 아무 말 없이 숨소리만 씨근덕거렸다.

'어머머! 내가 너무 심한 말을 했나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그냥 적당히 싫은 척하는 눈치만 보이고 말 것을.'

가곡은 몹시 후회가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된 마당에 모든 걸 운명에 내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런데 가전은 가곡을 잠시 쏘아보고만 있다가 이윽고 체념을 해버린 듯 고개를 옆으로 가볍게 흔들며 조금 전에 벗었던 옷가지들을 하나 둘씩 다시 챙겨서 입기 시작했다.

'어머머! 그럼 이렇게 끝을 내고 말건가 아니, 뭐 이런 싱거운 놈이 다 있지 조금 전 아랫도리가 기둥 천막 쳐놓듯이 불룩 솟아올랐던 걸로 보건대 틀림없이 나랑 뭐를 하고픈 생각이 있었음에 틀림없는데. 에그. 내 이럴 줄 알았다면 저 놈이 아랫도리마저 홀랑 다 벗을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가 내숭을 떨든지 말든지 할 것을. 결국 난 잘 생긴 사내놈의 그것을 생짜로 쳐다볼 수 있는 기회를 아쉽게 놓치고 만 셈이잖아!'

가곡은 갑자기 자기 가슴 한복판이 뻥 뚫려지는 듯 몹시 서운하고 아쉬운 감이 들었지만 그러나 이제 와서 어찌 해 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마침내 벗었던 옷들을 모두 주워 입고 난 가전은 가곡의 반짝거리는 예쁜 두 눈을 똑바로 내려다보며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여자가 알아서 내게 대주기 전까지는 억지로 뭐를 하지 않는 것이 내 성미라오. 그러니 나는 그대가 알아서 내게 대줄 때까지 참고 기다리리다. 그나저나 오늘 같이 한치 앞도 제대로 보기 힘든 깜깜한 그믐날엔 그대가 뛰어봤자 말짱 헛일이 될 터이니 도망갈 생각은 아예 접으시고 어서 빨리 원 위치로 되돌아가시오. 그것만이 가장 현명하고 안전한 방법이라오."

"......."

거침없이 쏟아내는 가전의 말에 가곡은 참으로 기가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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