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달래강 사람들
<29> 달래강 사람들
  • 김성식 기자
  • 승인 2008.12.09 2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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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강의 숨결
"달래강은 지역민의 삶 자체이자 생의 전부"

김 성 식 생태전문기자·이 상 덕기자


달래강 물줄기는 지역민들의 삶과 생을 이어준 요람이자 터전이다. 또한 달래강은 예나 지금이나 지역민들의 영원한 고향으로서, 애환과 기쁨을 함께 해온 자연의 동반자로서 도도한 물흐름을 계속하고 있다.

그 도도한 물흐름 속엔 커다란 버팀목 같은 지역 특유의 정서와 정신이 배어있다. 달래강이 잉태한 정서와 정신, 그것은 지역민들의 가슴속에 영원한 ‘씨앗’으로 각인된 채 살아 숨쉬고 꿈틀대며 독특한 ‘문화의 꽃’을 피우고 있다.

여기 달래강을 젖줄 삼아 삶의 뿌리를 이어가는 ‘달래강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겐 달래강이 어떤 존재이며 지역에는 또 어떠한 존재인지, 나아가 지역은 달래강의 미래를 위해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들어봤다.

◈ “수계내 공동협의체 구성 필요”

박경수씨(75·속리산 주민)


달래강 발원지역에 사는 박경수씨(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 지역주민이자 한국자연공원협회 이사인 그는 한마디로 속리산에 푹 빠져사는 ‘속리산 박사’다. 50년 넘게 속리산지역에 살면서 예부터 전해내려오는 야사나 문화재는 물론 곳곳에 깃들어 사는 온갖 동식물을 꿰뚫고 있는 ‘속리산통’이다. 이번 ‘달래강의 숨결’ 기획취재 초기 본보 취재팀이 달래강의 새 발원지를 찾을 때에도 적극 도와준 주인공이다.

그는 또 속리산의 자랑이자 달래강의 대표식물인 망개나무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해서 지난 6월에는 취재팀과 동행, 속리산 골짜기서 수령 약 500년된 국내 최대·최고령의 망개나무를 발견하고 17곳의 자생지도 새롭게 찾아내는 데 기여했다.

“속리산은 달래강의 근원인 물의 뿌리이자 발원지로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달래강 발원샘이 잘못 알려져 오는 등 너무 소홀하게 인식돼 왔다. 그런 점에서 충청타임즈의 취재로 달래강 발원샘이 새롭게 정립된 것은 무척 큰 의미가 있다.”

국내 유일의 삼파수(三波水: 한강,낙동강,금강의 발원지)인 속리산이 전 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듯이 달래강 유역 또한 전국 제일의 청정지역, 살아 있는 생태관광지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역민 스스로 가치를 인정하고 앞장 서 가꾸며 사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박씨는 “상류·하류 구분없이 지역민 모두가 달래강의 주인이자 관리주체라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속리산은 산으로서, 달래강은 물길로서 지역을 대표하는 중요 자연자원이기 때문에 관리 및 보전 방안을 마련하거나 개발 방안을 고려할 때에는 서로 연계해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상류 따로 하류 따로 소지역주의에 묶여 지나치게 자기측 입장만 고집한다면 달래강의 미래는 그만큼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박씨는 “같은 수계 사람들은 고향 사람이나 다름없다”며 “그런 만큼 달래강 수계를 중심으로 발전협의회 같은 공동협의체를 구성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 개발 안된 것이 오히려 큰 강점”

김사진씨(61·향토사학자)


“달래강은 한마디로 지역민들의 ‘생의 전부’다. 달래강변에서 태어나 그 물로 생활하며 멱 감고 천렵하고 농사짓고, 또 죽어서는 그 곁에 묻히는 게 이 지역사람들이다. 그러니 삶 자체가 달래강이요, 달래강 역시 자연스럽게 지역민들의 삶의 터전이 돼 지금도 지역인구의 80% 이상이 달래강변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

괴산 청천에서 평생을 살아온 토박이로서 어릴 적 모든 추억이 고스란히 달래강에 묻혀 있다는 김사진씨의 ‘달래강에 대한 변(辯)’이다.

“지금은 달래강 혹은 달천, 박대천 등으로 불리지만 삼국시대에는 설천(雪川)으로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의 설내 혹은 설내거리라는 지명이 청천지역에 남아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먼 옛날의 이름에 눈 설(雪) 자가 붙었던 것은 그만큼 물이 맑고 깨끗했다는 의미다.”

김씨는 “물이 맑고 정기가 좋아 그동안 국회의원만 5명이 배출되는 등 많은 인물이 달래강 지역서 나왔다”며 “특히 자유당 시절의 정치인 이기붕씨가 청천 뒤뜰 출신인 것을 비롯해 벽초 홍명희, 서봉 김사달 박사 등 꽤나 유명했던 사람들이 달래강과 생(生)의 인연이 있다”고 덧붙였다.

달래강의 자연환경적·생태적 가치에 관해서는 “전국적으로 보아도 달래강처럼 개발이 안 된 곳도 드물다”며 “이처럼 개발이 안 된 곳이기 때문에 오히려 미래의 신개발지역으로 더욱 각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비극의 땅 비무장지대(DMZ)가 전 세계인으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듯이 달래강 역시 지역민들이 나서 잘 가꾸고 보전한다면 반드시 지역 발전에 커다란 보탬이 될 귀중한 자연자원”이라고 강조했다.

◈ “괴산호 생태계는 반드시 지켜져야”

정대수씨(45·괴산호 주민)

달래강 중류 괴산호 주변에 사는 정대수씨는 달래강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대표적인 ‘달래강 사람’이다. 주위의 무관심과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괴산호 주변 생태와 자연에만 관심을 가져오고 있는 그이기에 오히려 ‘기인’이란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그는 누가 뭐래도 괴산호 주변에 관한 한 ‘눈 감고도 다 아는 전문가’다. 그만큼 많은 식견과 혜안을 갖고 있다.

“공부요 더 하고 싶었어도 못했지요. 그래서 집안 살림 거들 겸 잠시 객짓밥 먹으러 나갔다가 곧바로 돌아온 후 줄곧 고향에서 살았으니 벌써 40년이 넘게 괴산호를 지켰나 봅니다.”

생태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은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는 그는 워낙 자연을 좋아하다 보니 궁금한 게 있으면 그때그때 전문서적을 사다 밤새 찾아보고 외우며 기록한 것이 큰 도움이 돼 지금은 웬만한 것쯤은 다 아는 정도가 됐다고 자부한다. 정씨는 “괴산호 주변을 관찰해 온 것이 경제적으로 보탬을 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며 “다른 곳에 살았어도 똑같은 마음으로 자연을 사랑하며 살았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정씨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기뻤던 것은 충청타임즈 보도로 괴산호 일대의 생태가 잇따라 세상에 알려지면서 가치를 인정 받게 된 것”이라며 “특히 처음엔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괴산군이 생각을 바꿔 실태조사를 벌인 후 그 결과에 따라 보호·활용키로 한 것이 큰 위안이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내 주변의 생명체가 온전하게 살 수 있어야 우리 인간도 잘살 수 있다는 마음에서 반생태적인 개발사업을 반대한 것일 뿐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기 위해 괴산호내 옛길 정비사업을 반대해 온 것은 아니다”고 그간의 입장을 털어놓은 그는 “이번 일로 저를 오해한 동네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있다면 저의 순수한 마음을 이해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씨는 “생태보고로 되살아난 괴산호 주변이 아무쪼록 잘 보호되고 활용됨으로써 인근 주민들의 소득증대와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달래강 물줄기달래강은 지역민들의 애환과 기쁨을 함께 해 온 자연의 동반자로서 도도한 물흐름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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