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 문백전선 이상있다
360.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2.0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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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75>
글 리징 이 상 훈

"광기를 만날때 가전 도련님과 함께 가겠습니다"

"미리 짜고서 준비해간 점괘들이라. 가만있자. 아니, 그럼 우리가 왕을 속이자는 말인가 자네 어찌 이런 불충스런 말을 함부로 하는가!"

갈전이 짐짓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왕으로 하여금 무모한 전쟁을 일으키도록 놔두는 것이 불충스러운 짓이라면 이렇게라도 해서 전쟁을 막을 수만 있다면 과히 불충스러운 짓이 아니겠지요"

가곡이 침착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하, 하긴. 음음."

갈전은 젊은 아내 가곡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이 하얀 턱수염을 손으로 쓱쓱 쓰다듬으며 고개를 잠시 끄덕거리다가 궁금한 듯 이렇게 다시 물었다.

"자네는 광기라는 자를 만나본 적이 있었는가"

"솔직히 말씀드려 말로만 전해 들었을 뿐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은 없었습니다."

"아니, 그럼 그 자의 됨됨이를 우리가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속이 좁거나 담이 약한 자가 왕 앞에 나가서 자칫 실수라도 한다면 큰 낭패를 볼 텐데."

"그런 걱정은 아예 붙들어 매두셔도 될 것이옵니다. 본디 점(占)을 잘 치는 사람들은 그 신통력보다도 입으로 나불거려서 먹고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그 광기라는 자는 소문이 날만큼 유명한 자이니 틀림없이 왕 앞에 가서도 능청스럽게 말을 잘 할 것이옵니다."

"으음. 아무튼 자네 생각대로 해보게나. 지금 나는 머리가 너무 혼돈스러워 뭘 어찌해야만 좋을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그런데 주인님께서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셔야만 될 일이 세 가지 있사옵니다."

"그게 뭔가"

"첫째, 자금이 필요하옵니다. 뻑뻑해진 수레바퀴를 제대로 돌리고자한다면 반드시 기름칠을 해야만 하듯이 자기와 이해 상관이 전혀 없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데에는 반드시 돈이라는 기름칠이 필요합지요. 둘째, 주인님께서는 광기를 왕께 직접 소개해 주셔야만 합니다. 신통력이 있다고 병천국내에 어지간히 소문이 난 자이니 군대를 움직이기에 앞서 그를 데려와 신중하게 점을 한 번 쳐보게 하자고 말입지요."

"알았네. 내 기꺼이 그렇게 하지."

"그러면 오늘 왕께서 주셨다는 금품을 이번 일에 모두 사용케 허락해 주십시오."

"뭐 뭐야 아니, 그럼 그렇게나 많은 돈을 쓰려고 하나"

"이번 일은 국가의 대사가 걸린 일이자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지라 값싸게 일을 치르고자 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알았네. 어차피 저절로 굴러온 것이나 마찬가지니 자네 맘껏 알아서 쓰도록 하게."

갈전은 퍽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는 듯 아까 아우내왕에게 선물 받은 금품을 남김없이 몽땅 다 가곡 앞에 꺼내 놓았다. 대략 보건대 어린애 손으로 한 움큼 집어들 정도가 되는 값비싼 옥구슬이었다. 가곡은 그것을 조그만 보자기에 고이 싸가지고 자기 앞가슴 속에 깊숙이 밀어 넣으며 이렇게 또 말했다.

"그럼 주인님께 세 번째 부탁을 말씀드리지요. 제가 아녀자의 몸으로 '광기' 같은 사내를 만난다는 것은 퍽 부담이 되오니 가전 도련님과 제가 함께 찾아가는 것을 허락해 주세요."

"아, 그렇게 하오."

갈전은 이를 쾌히 허락하였다. 맏형인 갈전과 무려 이십여 세의 나이 차이가 나는 '가전'은 어머니가 서로 다른 이복형제 간인데 공교롭게도 가곡과 동갑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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