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검은재앙 서해안 살리기는 계속된다
끝나지 않은 검은재앙 서해안 살리기는 계속된다
  • 이수홍 기자
  • 승인 2008.12.04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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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기름유출 사고 1년
125만 자원봉사자 구슬땀… 전 세계 놀라게한 기적 일궈내

주민 피해보상·소득기반 복구 등 위한 또한번의 노력 필요

사상 초유의 태안 원유유출 사고가 오는 7일로 1년을 맞는다. 지난해 12월 7일 새벽 6시, 만리포 해안으로부터 10가량 떨어진 해상에 정박중이던 홍콩 선적 허베이스피리트호 유조선의 정중앙을 강풍으로 항로를 이탈한 1만5000톤급 세계 최대규모의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이 들이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조선 선체 3곳에 큰 구멍이 뚫리면서 태안 앞바다에는 1만2547㎘(20톤 트레일러 1000대)의 원유가 쏟아져 나와 청정 해역이 순식간에 검은색 죽음의 바다로 돌변했다.

그러나 기름사고 1년이 지난 지금, 태안에는 기적이 일어났다. 125만 자원봉사자의 힘은 검은 재앙으로 뒤덮혔던 해안가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찾아 놓는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태안의 기적은 전 세계인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하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승리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사고 발생 1년을 맞아 사후 대책 및 앞으로 남은 과제 등을 짚어본다.

◇ 주민 피해에 대한 보상과 배상

아직까지 피해의 정확한 규모는 물론 국제기금 측의 보상과 삼성중공업 측의 배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다만 주민피해연합대책위(수산분야, 비수산분야) 등의 어업손실, 관광수입 감소, 어획량 감소 등에 대한 피해조사(Survey)는 각각 용역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추산된 피해액은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제유류피해기금 측은 8000억원 가량의 피해보상안을 정부 측에 알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일 기미가 없다.

삼성중공업 측은 지난 2월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1000억 원의 지역발전 기금을 서해안 9개지역에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즉시 수용을 거부, 현재는 백지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피해조사 결과에 따른 국제기금 측의 보상 후 나머지 차액을 삼성 측이 피해에 대한 배상의 차원으로 내 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삼성 측은 현재까지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삼성 설득 등 주민 피해 최소화에 철저하고도 책임있는 중재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여 이 문제는 태안 기름사고와 관련, 최대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무너진 주민들의 소득기반 및 복구

태안은 천혜의 절경을 따라 해안선이 무려 540에 달한다. 복구는 됐다고 하지만 바다 생태의 근본적인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주요 항포구를 비롯해 각 어촌계별로 형성된 바지락 어장, 굴과 김, 전복, 해삼, 미더덕 등 양식장은 초토화 된 채 철거돼 정부의 지원금으로 새로운 양식장 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해안가를 따라 형성된 횟집 등 먹을거리촌을 비롯해 만리포, 모항, 천리포, 신두리 등 태안 북부지역과 안면도 등 남부지역의 펜션 등 숙박업소는 올해 여름 이전까지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없어 폐허나 다름이 없었다.

이에 충청타임즈는 제2의 자원봉사로 태안을 다시 찾아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즐기자는 캠페인을 전개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정부는 현재 태안지역에 특별 예산을 투입해 양식장 시설, 꽃게, 우럭 등 치어 방류사업을 확대하고 각종 어업시설의 현대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내년에 태안군은 어민들의 소득기반 조성사업에 특별예산 100억 원을 쏟아 붙는다.

군의 내년 예산 3700억 원 중 80%가량을 수산분야와 관광분야, 농업분야의 소득기반 구축 사업에 쓸 작정이다.

◇ 앞으로 남은 과제

1.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 국제유류오염방제기금 측의 피해보상과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삼성 측의 배상문제가 최대 현안이다.

국토해양부 등 정부는 내년부터 본격 피해보상을 추진할 방침인 가운데 각 피해대책위별(수산분야, 비수산분야) 피해조사가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어 주민들의 자발적인 보상청구보다 대책위별 집단 보상청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책위별 피해보상 청구 금액은 3조 원(각 대책위 추정)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국제기금 측의 7000억 원 보상(기금 사무국 추정)과는 워낙 차이가 커 난항이 예상된다. 또 주민들은 삼성중공업 측에 주민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사고 1주년을 맞는 오는 7일 배상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인다.

정부와 태안군이 풀어내야 할 숙제다.

2. 어획량 감소 등 사고 후 태안지역의 바다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고 어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바다 양식장 주변과 해안가 곳곳에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해파리가 출현해 양식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불가사리가 사고 이전보다 수배가량 증가해 전복 등 고급 양식어종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

3. 사고로 인한 수산과 관광분야의 무너진 소득 기반 회복이 관건.

올해 태안지역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의 수는 예년의 60%수준에 그쳤다. 어획량도 감소했으며 국민들의 막연한 불신감 팽배로 지역 수산물 기피현상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다.

태안군은 내년에 수산과 관광분야 등 주민들의 소득기반 구축에 행정력을 올인한다는 방침이지만 정부차원의 특별 예산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기름사고 피해 복구의 태안군 집중에 대한 인접 시·군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서산시의 경우 가로림만 양식어민들의 피해도 컸다. 그러나 태안군에만 초점이 맞춰져 소외감에 대한 섭섭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 또한 정부가 나서 형평성 차원의 합당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위기를 기회로"

인터뷰 / 진태구 태안군수

군청 전직원 용기 북돋으며 현장누벼
"피해보상·대책마련 등 행정력 올인"


"태안 기름사고는 분명 태안군의 최대 위기였습니다. 그러나 125만 자원봉사자들의 손길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군 행정을 믿어 준 주민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과 같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머리숙여 국민들께 감사드립니다." 진태구(사진) 태안군수는 벅찬 감회가 밀려 온 탓인지 잠시 말문을 잇지 못했다.

진 군수는 "사고 직후부터 나를 포함한 군청 전 직원의 근무지가 사고 현장이었다"면서 "처음엔 참담한 현장을 볼 때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고 싶었지만, 기름속에 파묻힌 주민들을 생각할 때마다 피눈물을 삼키며 용기를 갖고 현장을 누볐다"고 소회를 밝혔다.

진 군수는 특히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이렇게 실감날 수가 없다"면서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와, 살아남기 위한 의지만 숨쉰다면 분명 더 나은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앞으로 태안군의 미래는 밝다고 힘주어 강조한 진 군수는 "전 국민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태안을 다시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전 세계인들이 태안의 기적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도록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면서 "앞으로는 주민들에 대한 피해 보상을 챙기고, 주민들의 소득기반을 다지는 일에 행정력을 올인하겠다"고 밝혔다.

진 군수는 "현대·기아차그룹 등 여름 피서철 피서객 유치를 위해 태안지역 유명 해수욕장에서 벌인 이벤트 행사에 막대한 기업 후원 등 태안지역의 무너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참여한 데 대해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청정 만리포 해안가를 덮친 기름폭탄을 제거하는 자원봉사자들.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만리포 전경(항공촬영) <태안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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