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라인으로 제시된 농촌公 구조조정안
가이드 라인으로 제시된 농촌公 구조조정안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8.12.03 2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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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 재 경 부국장 <천안>

지난 총선에서 이회창 총재와 한 판 붙었다가 고배를 마신 홍문표 전 의원(한나라당 홍성·예산)이 모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일 대통령한테 칭찬을 받고 나서다. 이 대통령이 공기업구조조정의 모범 사례로 그가 사장으로 취임한 한국농촌공사를 거론했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직접 농촌공사를 거론했다. 농촌공사는 지난달 말 홍 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연말까지 희망퇴직과 지원직 감축을 통해 정원의 10%(590명)를 줄이고, 상시 퇴출제도를 통해 2009년 이후 5%(254명)를 감원하며 업무 성과가 저조한 직원을 2% 이내에서 교체한다"고 밝혔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에서 전체 직원의 20% 가까이를 줄여야하는 감원 바람이 시작된 것이다.

농촌공사의 발표에 대해 대통령은 "고통분담의 전형"이라며 국무위원들이 배석한 자리에서 극찬했다.

뉴스가 터져 나오자 다른 공기업들이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농촌공사의 사례를 사실상의 공기업 구조조정의 기준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농촌공사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안이 피할 수 없는 가이드라인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뉴스를 왜 국민이 반길까. 공기업의 부도덕하고 방만한 운영 사례가 알려져서일까. 사실 공기업들은 매를 많이 맞았다.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부정부패와 경영 부실 사례만 봐도 맞을 만했다.

지난해 출범한 공기업개혁 시민연합이 발간한 백서를 보면 한심스러울 정도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증권예탁원은 2006년 전 직원들에게 18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선물로 주려고 7억 6000만 원을 썼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4년간은 체육 문화행사 지원 명목으로 역시 21억원 어치 상품권을 직원들에게 돌렸다.

주택금융공사는 멀쩡한 개인용 PC를 치우면서 전 직원에게 5억 원을 들여 노트북을 지급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민간 열병합발전소 전기를 사용한다며 한국전력 전기를 사용하지 않아 872억원을 낭비했다.

이뿐이기만 하겠는가. 부정부패로 쇠고랑을 찬 공기업 임직원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공기업들을 대변할 대표기구 같은 게 있다면 "일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갖고 지나치게 몰아부친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잘하는 공기업들도 있으니 그렇게 항변할 수도 있다.

문제는 생산성이다. 담배인삼공사가 전신인 민영화 기업 KT&G를 볼까. 1987년, 1만3082명이던 직원 수가 1997년 7680명으로, 환란 직후 민영화로 현재 4317명으로 줄어든 이 회사는 1997년 대비 41%의 인력 감축과 69%의 노동생산성 향상이란 성과를 올렸다. 민영화전엔 미온적이던 국외시장 공략에도 나서 이젠 당당히 우리나라를 세계 5대 담배 수출국으로 부상시켰다. 지난 5년간 35개 상위 주요 공기업들이 생산성은 고작 9% 올랐는데도 불구, 인건비는 무려 40%나 올려 비난을 받은 점을 상기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기업 개혁, 반드시 빨리해야 한다. 무조건 직원 수만 줄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사기업에 비해 절반도 못 미치는 공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란 얘기다. 생산성을 향상시켜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될 조직력을 갖춘다면 퇴출이 아니라 새로 충원을 해도 누가 뭐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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