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달천의 생태 ⑧괴산호, 생태보고로 밝혀지다
<28> 달천의 생태 ⑧괴산호, 생태보고로 밝혀지다
  • 김성식 기자
  • 승인 2008.12.02 2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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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강의 숨결
◈ 생태보고로 밝혀진 괴산호 주변 괴산호 안동네인 산막이 뒤편으로 하늘다람쥐,까막딱따구리 등 수많은 희귀종이 발견된 천장봉이 둘러싸고 있다.
지역발전위한 중요자원 인식 계기

본보 첫 발견·보도… 보호 여론형성 개가

법정보호종만 23종 확인 야외전시장 방불
괴산군 조만간 조사착수 보호방안 모색키로

김성식 생태전문기자(프리랜서)·이상덕기자


이번 취재의 가장 큰 수확은 '생태보고 괴산호'를 찾아낸 것이다. 괴산호는 51년 전 우리 기술력으로 건설한 국내 최초의 발전 전용댐이란 점에서 기획단계부터 커다란 관심사였다. 하지만 취재결과는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섰다. 현지취재가 시작되자 초빙 전문가조차 쉽게 믿지 않을 만큼 획기적인 결과물들이 잇따라 쏟아졌다.

그러나 흥분도 잠시뿐 취재팀은 이내 실망감에 휩싸였다. 50여년 전 주변 생태계를 희생삼아 들어선 괴산호가 준공 반세기만에 국내 보기 드문 생태보고로 되살아났음에도 불구, 정작 반색해야 할 관할 당국은 연일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설상가상으로 괴산군의 '옛길 정비사업과 산악자전거도로 개설계획'이 불거져 나오는 등 발견초기부터 훼손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하지만 취재팀의 계속된 추적과 보도가 잇따르자 사업 주체인 괴산군과 주민들의 인식에 변화가 왔고 결국 괴산군수가 나서 실태조사 후 적극적인 보호·활용방안을 마련키로 함에 따라 '지역발전을 위한 중요 생물자원'으로 빛을 발하게 됐다.

◇ 최초로 밝혀진 괴산호 생태

취재결과 괴산호 주변은 가히 희귀·보호 야생동식물의 전시장이라 할 만큼 살아있는 생태를 보였다.

지난 7월초 괴산호 주변 천장봉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328호)인 하늘다람쥐의 둥지를 찾아낸 후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가 지금까지 5개월 동안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등 법정보호종을 무려 23종이나 발견하고 7종은 서식 정황을 포착해 냈다.

취재팀이 지금까지 실물을 확인한 '괴산호의 천연기념물(발견 순서별)'은 하늘다람쥐를 비롯, 황쏘가리(190호), 어름치(259호), 수달(330호), 황조롱이(323-8호), 붉은배새매(323-2호), 새매(323-4호), 수리부엉이(324-2호), 솔부엉이(324-3호), 쇠부엉이(324-4호), 소쩍새(324-6호), 올빼미(324-1호), 원앙(327호), 남생이(453호), 망개나무(266호 등), 까막딱따구리(242호), 고니(201-1) 등 17종이다.(이 중 하늘다람쥐, 수달, 수리부엉이, 올빼미, 남생이, 까막딱따구리, 망개나무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로 중복 지정된 종임)

가장 늦게 발견된 겨울철새 고니는 지난 10월 9일 9마리가 첫 관찰된 후 일주일 뒤인 16일 또다시 12마리가 날아와 잠시나마 호반에 머무는 것이 포착됨으로써 괴산호가 고니의 중간 기착지로서 한몫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취재팀은 또 삵, 먹구렁이, 황구렁이, 노랑붓꽃, 깽깽이풀, 맹꽁이 등 6종의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도 괴산호 주변 천장봉 자락서 발견해 냈다.

이로써 실물이 직접 확인된 법정보호동식물은 총 23종에 이른다.

이밖에도 취재팀은 탐문조사와 현지 취재를 통해 산양(천연기념물 217호), 검독수리(〃243호), 뜸부기(〃446호), 참매(〃323호), 말똥가리(멸종위기야생동식물), 담비(〃)는 물론 국내에선 얼마전까지 멸종된 것으로 추정돼 온 세계적 희귀종 사향노루(천연기념물 216호)까지 호수 주변에 살고 있는 정황(목격자 증언, 배설물 및 기타 서식 흔적 등)을 포착, 계속 추적하고 있다.

따라서 추후 취재를 통해 이들의 서식 사실이 모두 밝혀질 경우 총 30종의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종이 분포하는 국내 최고의 유전자원 보고(寶庫)로 기록될 전망이다.

◇ 취재결과의 의의 및 서식환경 분석

이번 취재결과의 가장 큰 의의는 우선 괴산호 주변에 무려 23종의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집중 서식하고 있음을 처음 밝혀낸 점이다.

물론 국립공원지역인 속리산을 제외한 달래강 수역서 하늘다람쥐와 까막딱따구리, 삵 등을 발견해 낸 것도 처음이며, 그동안 실체가 확인되지 않던 황쏘가리와 고니를 처음 발견한 점, 멸종 우려종인 어름치를 약 20년만에 찾아내고 남생이의 존재를 확인해낸 점 등도 의미가 크다.

괴산호는 만수면적이 불과 1.75밖에 안 되는, 진천 초평저수지(만수면적 2.58)보다도 작은 인공호수다.

하지만 이번 취재에서 드러났듯이 천연기념물 17종,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6종이 직접 발견된 데 이어 5종의 천연기념물과 2종의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서식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나타난 것은 국내외적으로 극히 드문 일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밝힌 종들은 모두 법적 보호종으로, 국내서 첫 발견된 '야생 거위'를 비롯해 물닭, 쇠물닭같이 비교적 희소성이 높으나 보호종으로는 지정이 안 된 야생동식물들까지 합하면 괴산호 주변의 생태적·유전자원적 가치는 더욱더 높아진다.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손영목 회장(어류학자, 서원대 명예교수) 등 관련 학자들이 "대단한 생태 보고" 혹은 "DMZ(비무장지대)에 버금가는 생태섬(Eco-Island)"이란 평가를 내놓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일부에서는 '기적'이라고까지 일컫는다.

취재팀은 괴산호 주변의 현 생태가 괴산댐으로 인한 생태지리적 환경과 51년이라는 시간적 공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괴산호 주변은 댐이 들어선 이후 천혜의 요새로 변했다. 달래강을 사이에 두고 천장봉과 군자산, 아가봉이 둘러싸고 있고 댐 양안의 도로도 중간까지만 이어져 반폐쇄적인 공간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지역은 뱃길과 험한 산자락을 통해서만 닿을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조건이 시간이 흐르면서 생태계에 순기능으로 작용, 오늘과 같은 보고(寶庫)를 탄생시킨 것이다.

◇ 천혜의 자원으로 활용 전망

생태보고로 밝혀진 괴산호의 앞날은 호 주변의 자연 환경을 포함해 그 안에 서식 분포하고 있는 각종 희귀종들을 어떻게 보호 관리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법적 보호종인 경우 관할 당국인 문화재청과 환경부는 물론 1차적인 보호 관리 의무가 있는 충북도와 괴산군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예산 및 절차상의 이유와 관할 당국·지자체간의 눈치보기 관행으로 지금까지 보여온 일회성의 현장 답사 내지 체면치레식의 단편적인 조사만으로는 51년만에 찾아온 생태보고를 제대로 지켜낼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장 직접적인 보호 관리 주체인 괴산군이 각 분야별, 단계별로 실태조사를 벌인 후 그 결과에 따라 보호·관리 및 활용 방안을 모색키로 한 점이다.

괴산군은 이같은 방침에 따라 빠르면 이달 중으로 포유류와 조류 등 2개 분야에 대한 조사를 우선 실시키로 하고 현재 예산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미 추진중인 호수내 옛길정비사업도 그 위해성을 최소화 하고자 모든 공정을 최단기일 내에 친환경적으로 마칠 계획이다.

또 공사 후에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른 후속 보완조치와 함께 옛길 탐방객들에 대해서도 엄격한 통제계획을 세우는 등 친환경적으로 운용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물닭
괴산호의 첫 겨울손님 '고니'.
괴산호에서 야간 수중탐사중인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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