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신용등급 전망 하향의 의미
국가신용등급 전망 하향의 의미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1.16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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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규의 경제칵테일
안 창 규 <동양증권 서청주지점 투자상담 실장>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피치사가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신용등급이 당장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보다 낮아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2003년 3월 무디스가 등급전망을 낮춘 것을 빼고는 외환위기 이후 단 한 번도 국가 신용등급 전망이 내려간 적이 없는 우리로서는 대외신인도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용등급은 국제신용평가회사가 국가를 대상으로 매기는 장기 신용등급으로 그 나라의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할때 그 가능성을 평가하고 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즉 신용등급이 낮아진다는 것은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자금 조달비용이 더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치는 지난 10일 '이머징마켓 신용등급 리뷰'라는 보고서에서 선진국 경제가 침체로 진입하면서 전 세계무역이 위축되고 상품가격의 지속 하락으로 가계, 기업의 소비, 투자가 감소하는 한편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이머징마켓의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다.

선진국의 경기침체로 인해 신흥시장국의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피치는 불가리아, 카자흐스탄 등 4개국의 신용등급을 낮추고 한국을 포함한 7개국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말레이시아에 대해서만 등급전망을 낮췄으며 중국, 인도, 태국, 대만 등의 신용등급과 전망은 그대로 유지됐다. 정부는 피치의 이번 등급전망 하향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신흥시장국 전반의 위험성이 커진 것을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번 등급전망 하향 조정으로 내년 4월에 있을 피치와의 연례협의때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낮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피치의 이번 결정으로 무디스와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다른 신용평가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도 걱정이다.

사실 우리로서는 피치의 이번 결정이 여간 불만스럽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은행 유동성 지원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국가신용등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등급조정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특히 글로벌 신용위기의 진원지인 선진국들의 신용등급은 최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굳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신용상태만 문제를 삼았다는 점은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피치의 이번 조정은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기침체와 글로벌 유동성 악화로 인한 외부충격을 상대적으로 더 받을 수 있다는 경고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기회에 피치의 경고가 실제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가신용등급 관리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피치보다도 더욱 영향력이 큰 무디스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까지 우리의 대외신인도를 깎아 내리지 않도록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특히 은행외채 지급보증이나 통화스왑만으로 큰 고비를 넘겼다고 방심해서는 안되며 국제수지나 외환보유고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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