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복천암의 야사
속리산 복천암의 야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1.13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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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량의 산&삶 이야기
한 규 량 <충주대 노인보건복지과 교수>

지난주에 약속한 복천암의 야사를 기다려주는 지인들이 있어 가슴 설레며 글을 쓰게 됐다.

복천암은 원래 속리산 복천사로 조선전기에는 매우 큰 절이었다. 지금은 속리산 법주사 복천암으로 아주 작은 암자이다. 지금 이곳에는 스님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 있는 '크∼은 스님'이 계신다. 그 큰스님은 바로 월성스님(지난주에 원성으로 소개되어 誤字임을 밝힘)이다. 학처럼 단아한 월성스님을 복천암에서 만나 560년 전 조선시대의 야사를 듣게 됐다.

그 야사의 주인공은 바로 신미대사이다. 신미대사를 논하지 않고 복천암을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쓰는 한글창제의 주인공이 신미대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에 그 신미대사가 계셨던 곳이 복천암이고 현재는 월성스님 역시 복천암에 계시니 자연스럽게 신미대사를 모시게 됐는데, 신미대사의 부도탑이 암자 근처에 있어 매일 그곳에 올라 손수 청소하고 예를 올린다고 한다. 월성스님이 계시기에 보물로 지정된 신미대사 부도탑이 역사 속에서 살아 있었다.

구전비화를 조선왕조실록과 영산 김씨세보를 근거로 말씀하시는 월성스님의 경상도 억양은 신미스님을 '신미심'으로 발음해 신미스님의 이름이 신미심인 줄 알았다. 그러면 월성스님을 통해 듣게 된 훈민정음(한글)창제의 주인공 신미대사의 이야기를 적어 보겠다.

본명 김수암, 불명 신미는 조선 태종 때 영의정을 지낸 김훈의 아들로 1403년에 태어났다. 사서삼경을 섭렵한 사대부 출신의 김수암은 출가입산한 후 대장경을 열람하다가 범어(梵語)로 된 장경이 중국에서 한문으로 번역되었음을 알고 석연치 않게 여겨 범어 공부를 해 부처님의 어록을 범어원전으로 직접 공부를 한다.

한문, 불교한문, 범어에 뛰어난 석학 승이 된다.

세종대왕은 중국의 한문 글이 너무 어려워 유림의 특별전유물처럼 여겨지니 한글 창제의 뜻을 세우고 신하들에게 피력한다. 장안의 우수한 학자들 외에 전국적으로 숨은 인재를 발굴해 집현전에 초빙하게 되는데 충청도에선 유일하게 신미선사가 참석하게 된다. 15∼16명에 포함되지만 유림이 아니어서 실록에는 이름이 빠진다. 신미선사에 반한 세종임금은 농부가 농사를 지으면서도 초부가 풀을 베고 나무를 하면서도 쉽게 배울 수 있는 글을 만들게 한다. 임금은 초기의 작업은 신미선사를 중심으로 비밀리에 진행시킨다. 안평, 수양대군과 2명의 학자 포함 5명을 밖으로 끌어낸다. 집현전에서의 시비의 우려를 피해 4년동안 한글을 만들게 한다. 세종임금의 백성사랑의 뜻을 살펴, 신미대사는 한문처럼 어려운 뜻글이 아닌, 소리글을 창안해 낸다. 이는 범서를 통해 소리글인 범어에서 착안해 낸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을 세종27년(1448) 임금의 이름으로 공포한다.

신미대사가 한글 창제의 1등 공신인 것을 증명하는 증거는 첫째 훈민정음 창제 이후 세종임금이 한글로 된 노래를 만들어 보라고 명하는데, 그래서 만들어진 노래가 석보상절이라는 대서사시이다.

그것은 바로 석가의 일대기인 석보상절이고 이후에 나온 월인천강지곡, 용비어천가 등이 불교를 바탕으로 한 것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이다. 두번째 증거는 신미대사의 노고에 대한 보답으로 세종임금이 크게 후사를 하게 되는데, 신미대사가 계신 복천사에 아미타불, 관음불, 대세지불 3불을 봉안 시주한다. 세번째 이유는 신미선사에 대한 세종의 대우를 통해 밀전정법(密傳正法) 비지쌍운(悲智雙運) 우국이세(祐國利世) 원융무애(圓融無碍) 혜각존자(惠覺尊者)라는 시호를 직접지어 비단종이에 써서 보내도록 하는 내용을 문종에게 유언으로 남긴다. 문종은 즉위하자마자 세종의 뜻을 받들어 시호를 명하는 첫 정사를 행한다. 후에 박팽년, 하위지 등의 반대 상소로 혜각존자를 혜각종사(惠覺宗師)로 바뀌게 되나 세조에 의해 혜각존자로 다시 부활된다.

후에 신미대사는 수양대군과 함께 했던 4년의 인연으로 세조등극 후 친밀한 사이가 되고 세조의 복천사 행행(行幸)으로 정이품송의 일화를 낳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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