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 문백전선 이상있다
343.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1.1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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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58>
글 리징 이 상 훈

"긴히 조사해 볼 것이 있으니 왕 앞으로 끌고 오라"

"헤헤. 맨 손바닥으로 거기를 찰싹찰싹 때려만 주면 금이 간 물항아리처럼 물이 졸졸 새어나올 것만 같았사옵니다."

"뭐 뭐라고"

병사들의 말에 갈전의 두 눈은 갑자기 쌍심지가 켜지고 입에선 거친 목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그제야 병사들은 뭔가 일이 잘못 되었음을 알았는지 낯빛이 모두 이상스럽게 변했다.

'아니, 요런 고얀 놈들 봤나! 이렇게 값있어 보이는 미녀(美女)라면 손이 타지 않도록 주의를 해가며 데려와 상관에게 고이 바칠 일이지 저들끼리 감히 눈요기를 먼저 해'

갈전은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불끈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지로 삭이려는 듯 이를 악 문채 가쁜 숨을 잠시 몰아내 쉬어 보다가 병사들에게 다시 말했다.

"어쨌든 건방지게 지껄이는 말투하며 얼굴 생김생김이 좀 더 신경을 써서 조사해봄직한 계집이다. 그러니 내가 직접."

갈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말을 탄 전령 하나가 급히 달려와 갈전에게 병천국 왕의 명령을 직접 전하였다. 도하 땅 산적 두목 원리의 딸이 사로 잡혔다고 하는데, 긴히 조사해 볼 것이 있으니 이유 불문하고 그 딸의 몸에 어떠한 해도 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서 왕 앞으로 끌고 오라는 명령이었다.

아마도 짐작컨대, 이곳까지 따라온 병사들 중 어느 누가 병천국 왕의 환심을 사보고자 이러저러한 사실 즉, 천하일색 수준의 미모를 지닌 원리 두목의 딸이 사로 잡혔다는 사실을 쪽지에 적어 화살에 묶어가지고 미리 약속한 사람이 있는 곳으로 날려 보냈고, 마침 그 화살은 병천국 왕에게 정확히 전달되었던 것 같았다.

'에이, 빌어먹을! 그렇다면 나 갈전은 뭐야 도대체 뭐야 완전히 헛물만 켜고 제대로 해놓은 게 없는 꼴이 되었잖아'

갈전은 몹시 속이 상하긴 했지만 그러나 지엄하신 왕의 명령을 어찌 감히 거역하겠는가!

병사들에게 포로로 잡은 두목의 딸을 마차에 고이 태워가지고 왕에게로 보내주라 지시를 내리긴 했는데, 갈전으로선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기가 너무나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말았다는 떨떠름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한 때 무명(武名)을 날리던 병천국 장수가 지금 요 모양 요 꼴이라니.

졸병(卒兵)에 불과한 놈들이 미녀 XX를 감상하는 판인데 도대체 나 갈전은 뭐란 말인가!

갈전은 어금니를 우두둑 갈으며 더욱더 심하게 요동쳐대는 가슴을 억지로 꾹꾹 눌러 참아야만 했다.

아! 그런데. 이런 걸 가리켜 하늘의 도우심이라고 할까

아니면 하나의 얄궂은 운명의 시작이요 시련의 단초라고나 할까.

산적 두목의 예쁜 딸을 병사들이 억지로 마차에 태워 왕에게 보내려고 하는 데 그녀의 저항이 여간 만만치가 않았다. 자기 몸에 손을 대려는 병사들을 입으로 물어뜯고 할퀴고, 심지어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려는지 자기 머리를 마차 문에다 쿵쿵 들이 박기도 하였다. 그녀의 몸에 어떠한 해(害)도 가하지 말고 고이 데려오라는 왕의 명령이 떨어졌으니 병사들은 이에 대해 속수무책일 뿐이었다.

"어허! 안 되겠다, 얘들아! 저 여자를 묶어라!"

갈전은 병사들을 꾸짖어 원리 두목의 딸을 밧줄로 꽁꽁 묶게 했다. 그리고는 독한 술을 가져오게 하여 그녀의 입을 억지로 벌리고 두어 사발 퍼 붓게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독한 술에 취한 두목의 딸은 몸을 완전히 축 늘어뜨린 채 골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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