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리 내리는데 경제금리 왜 안떨어지나
정책금리 내리는데 경제금리 왜 안떨어지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1.09 22: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창규의 경제칵테일
안 창 규 <동양증권 서청주지점 투자상담 실장>

지난 주 중소건설업체를 경영하는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대뜸 한다는 말이 한국은행이 정책기준금리를 내렸는데 왜 기업의 대출금리는 내려가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올 들어 총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변경을 단행했다.

금리인상 한 차례와 세 차례의 금리인상을 하였는데 지난 8월 7일 0.25%포인트(5.0%→5.25%)의 금리인상시에는 인상효과가 곧바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9월 가계및 기업대출 금리가 올라가는 것으로 즉각 반영되어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한달간 세차례에 걸쳐 무려 1.25%포인트(5.25%→4.0%)의 기준금리 인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금금리는 내렸어도 아직까지 대출금리 인하로는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왜 그런 것일까. 통상 중소기업 및 가계대출에 있어 대부분을 차지하는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CD(양도성 예금증서)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CD(Certificate of Deposit)는 은행에서 발행하는 무기명 정기예금증서로 양도가 가능하며 만기는 통상 90일, 180일물로 발행된다. 변동형 대출금리는 이러한 CD금리에 일정 수준의 마진(가산금리)을 붙여 책정된다. 따라서 대출금리가 내려가기 위해서는 CD금리가 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CD금리는 왜 내려가지 않는 것일까.

먼저 금리인하가 미리 반영된 측면이 있다. 파격적인 금리인하에도 시중금리가 하락폭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준금리 인하전부터 이미 3년물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와 역전되는 등 금리인하가 상당부분 시중금리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3년물 국고채의 경우 0.75%포인트의 금리인하가 시행되기 전인 10월 22일 4.8%로 이미 기준금리인 5%를 밑돌았다.

다음은 CD보다 환금성이 좋은 3개월물 은행채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CD는 보유하고 있으면 90일이 지난 후에야 현금화가 되지만, 3개월물 은행채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채권시장에서 내다 팔아 현금화가 가능하다. 당연히 CD보다 은행채가 더 비싸야 하는 것이다. 즉 은행채 금리가 더 낮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채권시장에서는 3개월물 은행채가 CD금리보다 높다. 그러니 CD금리가 쉽게 떨어질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더욱이 제 2금융권과 외국인들이 올 9월부터 은행채를 대거 내다 팔면서 은행채 금리가 크게 상승했다. 게다가 현재 채권시장에서는 국공채만이 정상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모두들 은행채를 팔고 국공채만 사려는 분위기인 것이다. 이것이 은행채 금리를 올리는 까닭이다. 또한 최근 정책당국의 기준금리인하가 대세인 상황이어서 국공채를 보유하고 있으면 이익을 볼 수 있으므로 은행채 금리상승→CD금리 상승→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CD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금융감독 당국이 원화유동성 감독기준을 3개월 기준에서 1개월 기준으로 완화하였고, 대외채무에 대한 지급보증의 대가로 은행들에게 중소기업 및 가계대출 만기연장과 금리인하를 유도하는 등의 노력을 펼치고 있어서 향후 CD금리는 점차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0월 27일 0.75%포인트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6%대에서 꿈쩍도 않던 91일물 CD금리가 정치권의 다각적인 노력에 힘입어 최근 1주일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전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간 신용리스크가 해소되어야만 CD금리가 내려가고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도 금융시장에서는 정책금리 인하와 무관하게 채권 발행자의 신용도에 대한 불신감이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