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 문백전선 이상있다
340.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1.09 22: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궁보무사<656>
글 리징 이 상 훈

"백주 대낮부터 왜 그리 청승맞게 울고 있소"

"하, 하지만."

그의 부하들이 조금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갈전은 장수임을 표시하는 은빛 투구와 갑주를 스스로 벗고 일반 병사의 옷으로 스스럼없이 갈아입기 시작했다. 이런 꼴을 보게 되자 부하들은 더 이상 그를 말릴 재간이 없었다. 그러나 여자 생각이 너무나 간절했던 갈전은 급히 서두른 나머지 결정적인 실수 한 가지를 범하고야말았으니, 그가 장수라는 신분을 확연히 드러내 줄 수 있는 백마(白馬)를 얼떨결에 그냥 타고 갔던 것이다.

갈전이 부하가 인도하는 대로 적당한 곳에 가서 복숭아(桃) 나무 아래를 가만히 살펴보니 과연 절색의 미녀 하나가 완전히 발가벗은 몸으로 잔뜩 웅크린 채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이에 갈전의 새우눈 같이 작은 두 눈이 갑자기 빛을 발하며 황소 눈깔처럼 크게 떠졌다.

지금 저 알몸 미녀가 자기 두 손으로 보일 듯 말듯 살짝 감싸 쥐고 있는 것은 여인네 가슴에 달려있는 보드랍고 몽실몽실한 두 개의 고깃덩어리()일진대, 그것은 마침 커다란 복숭아나무와도 자연스럽게 잘 어울려 그녀의 가슴에 매달린 커다란 두 개의 복숭아처럼 보이지 않는가!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복숭아 두 쪽은 내가 두 손으로 덥석 잡아 쥐고서 이쪽저쪽 번갈아가며 혀로 싹싹 핥아 그 진 맛을 보고말리라! 그리고 저 새하얀 둔부! 내 눈엔 커다란 백도(白桃)처럼 보이는구만. 좋다! 내 저 미녀의 가슴에 달린 복숭아는 두 손과 한 치 혀로, 희고 큼지막한 아래 복숭아는 자랑스러운 내 가죽침으로 해결해 봐야지. 으흐흐.'

기분 좋은 미소를 입가에 흘리며 갈전은 자기 부하들에게 잠시 눈을 딴 데 돌리고 있으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고는 군침을 질질 흘리며 미녀가 있는 복숭아나무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갔다. 그러나 알몸 미녀는 갈전 장수가 저에게 다가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탱탱한 자기 두 젖가슴을 두 손으로 연신 조몰락거려가며 여전히 서럽게 울고만 있었다.

"이보시오! 백주 대낮부터 왜 그리 청승맞게 질질 짜고 있소 그러니 애꿎은 나까지도 괜히 기분이 울적해지고 또 슬퍼지지 않소이까"

갈전은 자기 딴엔 제법 부드러운 분위기를 잡아가며 알몸 미녀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그러자 머리를 풀어 제친 채 몹시 서럽게 울던 여인이 갑자기 몸을 홱 돌리는가 싶더니 자기 두 손에 제각각 움켜쥐고 있던 것을 갈전의 안면을 향해 재빨리 집어던졌다.

"아아앗!"

갈전은 여인이 집어 던진 두 개의 것 중 한 개는 간신히 피했지만 그러나 나머지 한 개를 안면에 정통으로 얻어맞고 몸을 조금 비틀거렸다. 그러고 보니 그 알몸 여인이 방금 전까지 두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있었던 것은 보드랍고 연약한 여자의 고깃덩어리()가 아닌 실제로 잘 익은 복숭아였고 따라서 이 여인은 여자가 아닌 여장(女裝)을 한 사내였다.

"죽어라 이놈!"

알몸 여인 행세를 하고 있던 사내는 바닥에 숨겨 두었던 한자 반 크기의 칼을 집어가지고 비틀거리는 갈전을 향해 잽싸게 휘둘렀다. 복숭아로 안면을 된통 얻어맞아 두 눈을 잠시 못 뜨게 된 갈전은 반사적으로 몸을 위로 솟구쳐 올리며 일단 피하려고 했지만 그러나 불행히도 복숭아 나뭇가지에 머리를 딱 부딪치고 말았다.

머리가 완전히 둘로 빠개지는 듯 찐한 아픔을 갈전이 느껴볼 사이도 없이 사내가 휘두르는 무서운 칼날이 또다시 그를 향해 날아왔다. 갈전은 가까스로 몸을 다시 피했지만, 이때 갑자기 복숭아 나무 위에서 뭔가가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