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 새로운 대안 공동체적 삶
위기의 시대 새로운 대안 공동체적 삶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8.11.06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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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 숙 자 교육문화부장

전쟁이 시작되었다. 총성 없는 전쟁(戰爭)보다 더 짙게 그림자를 드리운 이른바 전쟁(錢爭)이다. 전쟁(錢爭)으로 휴학하는 대학생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는가 하면, 늘어나는 가계대출로 가정이 그대로 주저앉아 파탄을 맞기도 한다.

거리에는 폐휴지를 줍는 노인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고, 일자리를 찾아 산뜻하게 출발해야 할 예비사회생들은 대학 강의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폭락하는 주식시장은 앉은 채 거지 신세로 전락하게 만들고, 폭등하는 환율은 고스란히 서민의 몫으로 떠넘겨지며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다. 기업이나 기업가에게나 일어날 것으로만 생각됐던 경제 파탄이 이제 서민 경제에까지 매스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체감하는 실물경제는 이 보다 더 차갑다. 1만원의 장바구니엔 계란 한줄과 라면 몇봉지, 두부 한모, 야채 한봉지면 끝이다. 유가는 서서히 고개를 들고, 알게 모르게 올라가는 물가는 이제 정확하게 인지하기도 어렵다.

그런가 하면 서민경제에 문제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계대출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얼마전 아파트로 이사하며 가계대출을 받은 적이 있는데, 대출 당시만 해도 0.5%대의 이자가 지금은 0.6%대로 올라섰다. 한달 사이에 0.1%가 가계부담으로 주어진 것이다. 수치상으로 0.1%는 작은 차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은행대출의 70% 이상이 가계대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민들에게 금융위기가 안겨줄 파괴력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금융위기는 전초전이라는 데 더 심각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금융위기가 수치상에 불과했다면 앞으로 서민들이 체감해야 할 실물위기는 무서운 속도로 다가올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즉, 10월 들어 급등한 환율은 연말이면 본격적으로 물가에 반영되며 생활비의 급격한 증가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실질소득의 감소와 대출금리 인상, 실직자 속출, 취업난 등은 생존을 위한 피말리는 전(錢)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나비효과로 확산되고 있는 미국의 금융위기는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직격탄을 날리며 한방에 우리의 서민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거대한 유기체가 된 지구촌은 경계도 사라진 전쟁터가 되어 오로지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고된 전쟁(錢爭)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당위적인 이야기로 가정 내 긴축재정과 절약이 우선돼야 함은 물론이다. 여기에 대안적 생각으로 마을공동체적 생활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리 고유의 전통적 공동체 문화가 사라진 후 21세기 새로운 대안으로 공동체 운동이 조금씩 번져나가고 있다.

'검소하고 고르게'를 지향하고 있는 이 생활문화운동은 아직까지 마을이란 공간에서 폭넓게 확산되지는 않지만 교육공동체, 주민조직을 통한 마을만들기, 공동체 경제를 모색하는 지역화폐운동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 지구적 인류의 문제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공동체적 삶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함께 나누고 함께 배우고 함께 꿈을 실현해 나간다면 위기는 새로운 희망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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