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 문백전선 이상있다
333.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3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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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48>
글 리징 이 상 훈

"아이고, 불쌍한 내 아우 대정이가 먼저 가다니"

바로 이때, 어느 누가 대성통곡을 하며 내전(內殿)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고, 대정아! 불쌍한 내 아우 대정아! 네가 먼저 가다니! 이 못난 형을 놔두고 어린 네가 먼저 가다니! 아이고, 대정아! 불쌍해서 이를 어쩌나!"

머리를 온통 산발한 채 뜨거운 불에 굽는 오징어처럼 온몸을 마구 뒤틀어가며 대정의 죽음을 크게 애통해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그의 사촌 형 대흥이었다.

죽은 대정에게 가까운 혈육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봤자 사촌형인 대흥 하나 뿐이기에 어쩔 수없이 대흥이 그의 시체를 받아 장사를 지내주는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대흥이 어찌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대정의 시체만 받겠는가

대정이 남긴 막대한 유산하며 그의 갸륵한 충성심을 높이 산 아우내 왕께서 장차 내려주실 포상금까지도 알뜰히 받게 될 것인즉, 그래서 그런지 대흥은 겉으론 몹시 슬프고 우울한 척 우거지상을 짓고 있지만 속으로는 입이 완전히 째어질 지경이었다.

"으으으. 으으으."

대정은 깨끗한 옥관(玉棺)에 놓인 대정의 시체를 부여잡고는 우는 건지 웃는 건지 아주 묘한 표정으로 이상한 소리를 내가며 몸부림을 쳐댔다.

"아이고, 어떻게 해! 도련님! 대정 도련님! 불쌍해서 이를 어쩌나! 아이고!"

곧이어, 하얀 소복 차림을 한 대흥의 아내가 쫓아 들어오더니 남편 대흥과 합세하여 사촌 시동생 대정의 시체를 붙잡고 몸부림치며 울었다.

이미 병천국 내에 소문이 날만큼 널리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대흥의 처는 외상으로 술 처먹고 방탕한 생활을 일삼았던 자기 남편 대흥을 자식들과 힘을 합쳐 집에서 개 쫓듯이 강제로 몰아냈었다. 그러나 대흥의 처는 사촌 시동생 대정이가 수신왕비의 목숨을 구하고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바로 그 순간부터 생각을 싹 바꾸었다. 그녀는 장성한 자식들과 함께 이곳저곳 수소문을 해서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 자고 있던 자기 남편 대흥을 간신히 찾아내어 집으로 데려와 깨끗이 목욕을 시킨 후 상복(喪服)으로 갈아입혀가지고 오늘 아침 부리나케 궁 안으로 함께 들어왔던 것이다.

어쨌거나 수신 왕비는 이들 부부가 누구인지 알고 나자 모른 척하지 않았다. 즉시 시녀들을 시켜 창고 안에서 금은보옥과 값 비싼 비단을 꺼내오게 했고 이것을 두 부부에게 수신왕비가 손수 전해주었다.

"아, 아이고! 이토록 귀한 걸 저희들이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사옵니다."

대흥은 기분 좋은 웃음을 억지로 참아가며 몹시 애달픈 목소리로 왕비에게 말했다.

"내가 작게나마 표하는 성의이니 제발 받아주시게나. 돌아가신 대정님이 나에게 목숨을 바쳐가며 베풀어주셨던 은혜에 비한다면 이것은 그야말로 새 발의 피에 불과할 정도니까."

수신 왕비가 아주 점잖게 말했다.

"왕비님께서 내려 주시는 것이오니 저희로선 어쩔 수 없이 달게 받기는 받겠습니다만."

대흥은 애써 표정관리를 해가며 수신 왕비의 선물을 고맙게 받아 챙겼다.

"그나저나 나를 대신하여 돌아가신 대정님의 몸을 어떻게 모셨으면 좋겠는가"

수신 왕비가 대흥과 장산 등을 번갈아 쳐다보며 이렇게 물었다.

"깨끗이 불로 태워 없애지요 뭐."

대흥이가 자기도 모른 채 얼떨결에 말했다.

"어머! 불, 불로 태워요 뜨거운 불로"

수신 왕비가 그의 말에 크게 놀라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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