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상흔속 세상과 맞선 청춘 성장담
전쟁 상흔속 세상과 맞선 청춘 성장담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29 21: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창의·이 완 주연작품 2년만에 세상밖으로
승부사 감독도 티켓 파워 배우도 없는 기대작이 나왔다. 개봉을 기다리며 창고에 2년 가까이 묵혀 있었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을 정도다.

죽은 어미, 아비를 붙들고 목 놓아 울던 어린이들은 '전쟁 그 후'에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전쟁의 폭격과 피 튀기는 어른들의 싸움이 끝난 뒤 홀로 남겨진 소년들의 생존기가 펼쳐진다. 송창의(29), 이완(24)이 18세 소년들이다.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감독 배형준)는 역설적인 의미의 비극이다. 너무 배고프면 배고프다는 말 조차 할 수 없는 현상과도 무관치 않다. 슬픔이 절정에 이르면 눈물조차 말라버리고 만다. 배고픔과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울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영화는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1953년을 배경으로 한다. 원작이 된 일본 소설 '상흔(傷痕)'의 제2차 세계대전 패막 직후 일본의 상황을 한국의 현실로 가져왔다. 네 것 내 것이 혼란스럽기만 한 50년대에 '봉이 김선달'을 꿈꾸는 두 남자의 치열한 생존기가 관통한다.

절망에서도 재건의 의지와 희망은 피어난다. 전쟁을 겪은 소년들은 내적 조로증에 걸려 조기 성숙했다. "기브 미 쪼꼴렛"이란 생활 영어도 일찍이 터득했다. 구걸하거나 약탈할 수 없다면 '봉이 김선달'의 지혜라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양주, 담배→쌀.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현물을 매점매석해 큰 차익을 노리는 식이다. 여기에 졸병 소년들까지 모으니 아귀가 맞는다.

송창의(태호), 이완(종두)가 김선달들이다. 태호는 무조건 많이 가진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일념으로 명석한 두뇌를 장사 수완에 활용한다. 채찍을 들고 싸움을 연습하는 종두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태호가 이성적이라면, 종두는 감성에 치우친다. 두 진지한 청년들은 재미를 주지 못한다. 오히려 올망졸망 조연 어린이 배우들이 영화의 재미를 견인한다. 진짜 소년들에 둘러 싸인 진지 청년들은 어느새 '보호자'역이 돼버렸다. 송창의와 이완의 액면 나이를 봐도 18세 소년 노릇은 너무했다 싶다. 그러다 보니 이해가 안 가는 부분들이 생긴다. 아무리 최면을 걸어도 송창의, 이완을 소년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싸움꾼 '명수'(안길강)가 자기와 전혀 상관 없는 태호와 종두를 돕는 것도 뜬금없어 보인다. 이들이 소년이었다면 명수의 이유 없는 도움까지도 앞뒤가 맞을 수 있었다.

투톱으로 등장한 송창의와 이완의 영화 속 연기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현대물 TV드라마에서 보여준 이미지와 시대극 영화에서 선보인 모습이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인다. 이완은 '천국의 계단'에서 보인 반항아 기질보다 조금 성숙해졌을 뿐이고, 송창의는 드라마 속 귀공자 연기에 카키색 옷만 바꿔 입은 것처럼 보인다. '미스 캐스팅' 논란 가능성도 존재한다. 영화가 성공하면 후광효과야 보겠지만 '소년'이 아닌 '소년의 보호자'로 보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들 주인공이 드라마 캐릭터를 영화에도 이양했다는 것 역시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페이드 아웃이 반복되면서 영화 흐름이 뚝뚝 끊어지는 편집상 아쉬움도 있다. 어린이 배우들이 전하는 소품 같은 재미가 조금씩 사라지면서 조금 지루해지는 면도 있다. 그래도 영화는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전쟁이 휩쓸고 간 비극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정리했다. 눈·코·입 어느 것 하나 완벽하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조화가 잘 이뤄졌다.

1000만 관객의 신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떠올리게도 한다. 6·25를 소재로 했다는 사실은 전후 상황적 차이점만 있을뿐 동일하다. 남자배우 투톱으로 극을 이끈다는 것도 같다. 시장통 부감 샷으로 영화를 끝맺는 점은 놀랍도록 닮았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후속 혹은 속편이거나 적어도 '부록'쯤은 될 전망이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굵은 감동을 준다면 '소년은 울지 않는다'는 소품 같은 재미가 있다. 11월6일 개봉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