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달천의 생태 ③ 식물 (가)
<23> 달천의 생태 ③ 식물 (가)
  • 김성식 기자
  • 승인 2008.10.29 2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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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강의 숨결
망개나무 17개 자생지 4300여그루 새로 찾아

달래강 수계에 12개 자생지 2700그루 분포
속리산에서 500년 최고령 나무 발견 개가

김 성 식 생태전문기자(프리랜서)· 이 상 덕기자


달래강(달천)은 한 마디로 '망개나무의 강'이다. 그만큼 망개나무는 달래강을 대표하는 식물이다. 망개나무(Berchemia berchemiaefolia)는 갈매나무과의 낙엽큰키나무로 우리나라 중부지역과 일본 남부지역, 중국 중부지역에 극소수가 분포하는 세계적인 희귀수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월악산과 속리산, 주흘산, 주왕산을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독특한 분포도를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달래강의 발원지인 속리산 지역에 집중 분포하고 있다. 급경사를 이룬 바위지대를 유난히 선호하는 데다 까다로운 발아조건으로 자연번식이 잘 안돼 점차 개체수가 줄고 있기 때문에 보은 속리산 탈골암 부근의 노거수(약 300년)와 제천 송계리의 노거수(약 150년), 괴산 사담리의 자생지를 각각 천연기념물 207호와 337호, 266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으며 종 자체는 환경부의 멸종위기야생동식물(급)로 지정돼 있다.

◇ '4300여 그루' 최초 확인

그동안 학계에는 '망개나무가 타지역 보다는 속리산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고만 알려져 왔다.

일제강점기인 1935년 망개나무가 속리산 계곡서 처음 발견된 이래 수 차례 학술조사가 이뤄졌지만 매번 단편적인 조사에 그쳐 아직까지 구체적인 개체수가 밝혀지지 않은 채 막연히 '추정'에만 의존해 온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속리산 지역에는 얼마 만큼의 망개나무가 자생하고 있을까. 취재팀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보다 근접한 해답을 얻기 위해 20여년의 망개나무 연구경력이 있는 한국자연공원협회 박경수이사(75)와 함께 지난 5월초부터 7월말까지 약 3개월간 현지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지난 6월 중순에는 속리산 골짜기(상환암 위쪽 신은폭동 너머 계곡)서 수령 약 500년으로 추정되는 국내 최대이자 최고령수의 망개나무 1그루를 발견한 것 외에도 총 17곳의 자생지와 4300여 그루의 망개나무를 새롭게 찾아냈다.
◈ 새로 찾은 '신정리 자생지(보은군 산외면)' 곳곳에 이파리가 검게 보이는 나무가 망개나무다.

이같은 숫자는 그간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여겨져 온 망개나무의 위상을 다시 한번 고찰케 하는 새로운 결과로서 유전자원 보전측면과 학계에 던지는 의미가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발견된 자생지별 개체수는 속리산 동남쪽 사면인 대목골 600그루, 만수계곡 600그루, 서원계곡 600그루, 구병산 100그루, 장각계곡 100그루, 경북 상주시 화남면 동관리 100그루, 서북쪽 사면인 속리유스타운 계곡(일명 새미기골, 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 200그루, 야영장 계곡(일명 아우내미골,〃) 100그루, 쉰동굴 계곡(〃) 100그루, 중판리 속리터널 입구(보은군 속리산면) 60그루, 하판리 문화마을 뒷산(〃) 500그루, 신정리(〃 산외면) 100그루, 대원리(〃 〃) 400그루, 화양계곡(괴산군 청천면) 150그루 등이다.

이들 자생지 가운데 속리유스타운 계곡과 야영장 계곡, 쉰동굴계곡, 중판리, 하판리, 신정리, 대원리, 화양계곡 등 8곳의 자생지는 모두 속리산 자락의 달래강 수계내에 위치해 있다.
◈ 수령 500년된 '최고령 망개나무' 이번 취재에서는 속리산 계곡서 국내 최대이자 최고령수의 망개나무 1그루가 발견돼 화제를 모았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개체들은 수령이 이보다 훨씬 낮다. 동행취재자인 박경수 한국자연공원협회 이사가 최고령 망개나무를 안아보이고 있다.

취재팀은 또 이외에도 속리산 국립공원 지역인 괴산군 칠성면 갈은구곡(일명 갈론계곡)과 인근 아가봉 자락에서 400그루, 괴산호 주변 군자산 자락과 천장봉 자락에서 각각 150그루와 50그루의 망개나무를 발견했다. 이들 자생지 역시 속리산과 연결되거나 인접한 산줄기로서 모두 달래강 수계를 이룬다.

자생지별 개체수는 취재팀이 최소한의 개체수를 대략적으로 계산한 것으로 이미 1979년 발견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괴산 사담리 자생지의 475그루(문화재청 2005년 조사)는 제외된 숫자다.

따라서 속리산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는 망개나무는 사담리 자생지를 포함해 모두 18개 자생지에 약 4,800그루가 자라고 있으며 이 가운데 12개 자생지의 약 2,700그루가 달래강 수계내에 분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6개 자생지의 2100여 그루는 속리산 동남쪽의 낙동강과 금강 수계내에 분포하고 있다.

이번 취재에서는 또 비교적 수령이 오래된 개체인 약 350년생 2그루가 속리산 법주사 매표소 위쪽 산자락서 발견돼 관심을 끌었다.

동행 취재에 나섰던 박경수이사는 "조사 기간이 워낙 짧아 개체수를 세밀히 파악하지 못해 아쉽다"며 "추후 정밀조사를 실시할 경우 이번에 확인된 개체수보다 훨씬 많은 망개나무가 찾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박이사는 "그러나 기존 자생지 외에 무려 17개나 되는 새로운 자생지를 찾아낸 것과 속리산서 약 500년생의 최고령수를 찾아낸 것은 이번 조사의 가장 큰 수확"이라며 "특히 이번에 찾아진 최고령수는 학술적 보호가치가 매우 큰 만큼 하루빨리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망개나무 꽃(왼쪽)과 열매

◈ 망개나무란?

줄기껍질 부분 다이아몬드형 무늬 특징

망개나무는 싸리처럼 줄기와 가지가 곧게 자라는 데다 불에 잘 타기 때문에 예전에는 멧대싸리 또는 살배나무라고 부르던 나무다. 대나무처럼 나무결이 곧고 잘 쪼개지는 성질이 있어 돗자리 재료로 많이 쓰였는데 망개나무 돗자리는 사용하면 할수록 윤기가 나고 질감이 좋아져 최고급으로 쳤다 한다.

그러나 민간에서 '아들을 낳지 못하는 사람이 망개나무를 닳여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 때문에 개체수가 줄어드는 수난을 겪었다. 속리산서 처음 발견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던 법주사 입구의 망개나무도 이 속설로 인해 고사된 불운의 나무다.

망개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줄기껍질에 세로로 깊게 팬 길쭉한 다이아몬드형 무늬가 있는 점이며 이파리는 가늘고 길며 검푸른 빛을 띠기 때문에 멀리서 보아도 다른 나무와 쉽게 구별된다.

꽃은 대추꽃과 매우 흡사하며 매년 6월쯤 가지 끝쪽의 잎겨드랑이에서 여러개가 피되 한꺼번에 피지 않고 차례차례 피어난다. 열매는 긴 타원형의 팥모양으로 8∼9월에 익는데 처음에는 노란색을 띠다가 차츰 진한 붉은색을 띤다.

이번에 발견된 속리산 주변의 자생지들은 대부분 바위가 많고 경사가 심한 개울가 근처에 위치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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