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 문백전선 이상있다
332.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2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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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47>
글 리징 이 상 훈

"왕비님께 나 운파를 좋게 말씀드려 보게나"

장산은 운파와 얼굴을 마주 대하자 너무 기분이 나빠 하마터라면 욱∼하고 토할 뻔했다. 본디 운파는 장산과 동갑내기인데다가 관료 생활도 거의 동시에 시작을 한, 어찌 보면 굉장히 가깝게 지내야만 할 친구였다. 그러나 장산이 염치 대신의 후광을 입어 왕비님을 지켜드리는 호위무관의 자리에 오르는 등 크게 출세를 한 반면, 운파는 필요 이상으로 입바른 소리를 너무 잘해대는 통에 상관들의 미움을 받아가지고 아직껏 말단 관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두 사람의 직급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벌어지자 운파는 장산이 실력보다도 윗사람에게 아부를 잘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며 틈만 있으면 떠들고 다녔다. 이를 전해 듣고 장산은 크게 화가 났으나 그렇다고해서 운파를 불러다가 따끔하게 야단을 치거나 성질나는 대로 두들겨 팰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저 혼자 속앓이를 하며 지내고 있는 터였다.

"장산!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절대로 내 본심이 아니라네. 장산 자네를 위해서지."

장산은 새우눈 같이 답답하고 볼품없게 생겨먹은 작은 두 눈을 깜빡거리며 얄밉게 말하는 운파의 귀싸대기를 보기 좋게 한 대 갈겨주고 싶었다. 그러나 장산은 주위에 보는 눈이 있는지라 억지로 화를 꾹꾹 눌러 참아가며 운파에게 말했다.

"운파! 내가 어찌 그걸 모르겠나 아무튼 자네가 나를 위해 이것저것 신경을 써주어 참으로 고맙네! 내가 이걸 어떻게 보답해 주지"

장산의 은근히 비꼬는 듯 한 말에도 전혀 감을 못 잡았는지 운파는 여전히 미소를 띠우며 넉살좋게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허허. 친구 좋고 동기가 좋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다 자네와 나 같은 경우를 두고서 나온 말이겠지. 그나저나 장산! 절실한 내 부탁 한 가지만 들어주겠나"

"부탁 부탁이라니"

"자네가 이번에 왕비님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드리는 바람에 왕 내외분께 상당히 좋은 인상을 심어드렸지 않았는가 그러니 자네가 적당한 기회를 봐가지고 왕비님께 나 운파를 좋게 말씀드려 보게나. 상당히 똑똑하고 자질이 매우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들의 모함과 질시를 받게 되어 아직도 제대로 된 직급을 얻지 못하고 있는 불운의 천재내지 인재라고 말일세. 자네도 알다시피 나같이 이런 뛰어난 인재를 써먹지 못한다면 우리 병천국의 크나큰 손실 아니겠는가"

"알았네."

"제발 잘 좀 부탁하이. 만약 자네가 힘써준 덕택에 내 직급이 높아진다면 난 절대로 모른 척하지 않을 걸세. 반드시 은혜에 보답을 하고야 마는 게 내 성질이거든."

"으음음."

장산은 귀찮아하는 기색을 애써 감춰가며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눈치 없는 운파는 그를 뒤따라가며 장산이 말을 타고 가기 전까지 계속 주절주절 떠들어댔다.

다음날 아침, 수신 왕비는 장산이 오자마자 조용히 그를 불러 몹시 민망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장산! 미안해서 어쩌나 내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그대를 장수로 꼭 삼고 싶었는데."

"아닙니다. 왕비님! 저로서는 차라리 그것이 큰 다행이라 생각하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 자신은 그것으로 인해 오히려 기분이 홀가분해진 기분입니다."

장산이 허리를 굽실거리며 대답했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다행이고. 장산! 아무튼 그 일로 인해 너무 상심하지 말기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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