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고향… 그 아련한 추억을 더듬다
그리운 고향… 그 아련한 추억을 더듬다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8.10.24 2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증평 김병기 시인, 투병중 아버지에 헌정시집 '보름다리' 출간

어둑새벽에 슬며시 나갔다 들어오신 어머니께서
손톱에 촛불을 지펴 된장찌개를 끓여놓으셨다
텃밭에서 자란 애호박이며 고추며 파며 송송송 썰어 넣어
그득한 둥근 우주가 끓어 넘치는 거방진 밥상이다
저 우주는 밥알보다 작은 곳에도 있고
저 우주는 된장찌개보다 큰 곳에도 있다
어머니의 마음은 어떤 생명도 밥으로 만드시고
어머니는 어떤 밥도 고맙게 하시는 밥그릇이다
- '어머니의 밥상' 중에서


인식의 깊이를 시편에 담아내고 있는 김병기 시인(44·사진)이 고향을 노래한 시 '보름다리(도서출판 직지)'를 출간했다.

증평 형석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시인은 동양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3편의 시집을 선보이며 왕성한 문학 활동을 보여줬다.

'보름다리'는 그의 4번째 시집으로 시인이 태어난 경기도 이천의 고향마을로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많은 시인들이 고향을 노래하고 있지만 '보름다리'는 고향을 담아 아버지께 드리는 아들의 헌정 시집이다.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계신 아버지를 보면서 자식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글로 희망을 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펴내게 됐다"는 시인은 "20여년간 써왔던 500여 편의 시 중 부모와 가족의 정과 사랑, 그리고 고향에 대한 향수를 그린 70여 편을 골라 엮게 되었다"고 들려줬다.

본문은 '그리운 승냥이', '아직도 거기에 있네', '그리움 뒤에 고향이 산다', '천개의 어린 눈' 등 모두 4부로 구성했다.

1부에서 3부까지는 시인의 유년이 그대로 담긴 추억과 부모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 그리고 아버지의 병 수발을 들면서 알게 된 따뜻한 아픔을 진솔하면서도 슬프게 토해내고 있다.

그리고 4부에는 '보름다리'에 얽힌 지명 유래와 전설 등을 실어 마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역사를 자료화했다.

김 시인은 시집 출판기념회도 고향마을에서 가졌다. 고향마을 어른들과 주민들을 모시고 열린 기념회는 오붓한 시골분위기 속에 동네잔치로 열렸다.

"마을회관에서 책 펴냄 잔치를 열며 마을 사람들의 가슴에 살아있는 정을 볼 수 있었다"는 시인은 "시집을 본 마을주민들은 마을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자신의 일처럼 좋아하셨다"고.

또 이날 주민들은 시집 출간 축하금으로 100만원을 모아 시인에게 전달하는 등 풋풋한 시골인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고향이란 사람이 태어난 어머니의 자궁과 같다고 말하는 김병기 시인. 시골 밥상처럼 넉넉하면서도 자신의 일에 집요함을 드러내는 그는 새로운 문화운동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밥문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