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 문백전선 이상있다
327.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22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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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42>
글 리징 이 상 훈

"장산에게 장수직을 내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머! 어쩌면 내 생각이랑 똑 같은지. 사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옆에 있던 수신 왕비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장산을 위해 한마디 거들었다.

"그럼 장산에게 어떤 직급을 내려주는 것이 바람직하겠소 의견을 말해보시오."

아우내왕이 신하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장수가 어떻겠어요 목천 장수와 똑 같은."

수신 왕비가 잽싸게 다시 말했다.

"으응 장수"

"그래요. 장산의 능력이라면 장수직을 충분히 해내고도 남을 거예요. 제가 이제까지 쭉 지켜온 바로는."

아우내왕은 계속 이어지는 수신왕비의 말에 조금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크게 놀란 사람은 직접 당사자인 장산이었다.

'아니, 벌을 크게 내려도 시원찮을 나에게 장수직을 내리겠다니.'

이때 매성 대신이 또 나서서 말했다.

"그게 퍽 좋을 것 같사옵니다. 장산으로 말하자면 왕비님을 가까이 모시면서 이제까지 충성심과 그 능력을 인정해 보였사온즉, 당장 장수직을 맡긴다해도 별 무리 없이 잘 해 낼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러자 봉항과 용두, 기암 등등의 젊은 신하들도 매성의 말에 적극 동조하고 나섰다.

"솔직히 말해 장산만한 인재는 드뭅니다."

"이번 기회에 장산을 크게 쓰시는 것이 좋을 줄로 아옵니다."

"장산이야말로 숨겨진 보물 같은 존재입지요."

물론 이들이 장산을 높이 추켜세우려는 속셈은 다름 아닌 목천 장수의 지위를 약화시키려는 데 있었다. 외지인 출신인 온양과 탕정, 염치를 몰아낸 데다가 항상 눈에 가시 같은 존재인 목천 장수마저 무너뜨린다면 병천국은 그네들의 손아귀에 놀아날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 아니 되옵니다. 그건 절대로 아니 되옵니다!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 주옵소서!"

장산을 '장수'로서 천거하려는 의견이 대세로 굳어갈 즈음, 이를 크게 반대하고 나선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당사자 장산이었다.

"왜 안 된다는 건가 그 이유를 한 번 진솔하게 말해보오!"

아우내 왕이 가볍게 이맛살을 찌푸리며 장산에게 물었다.

"그 이유는."

장산은 몹시 속이 타고 정신이 혼란스러운 듯 마른 침을 연거푸 삼키더니 조금 안정을 되찾은 듯 천천히 입을 열어 말을 이어나갔다.

"솔직히 저에겐 그런 장수 같은 중요한 직책을 해낼만한 능력이 없사옵니다. 저 자신은 장수감이 전혀 못 된다는 것이지요."

"어머머! 겸손하기는. 겸손이 지나치면 오만방자가 될 수도 있다지 않던가요 왜 스스로 장수감이 못된다고 단정을 내리는가"

옆에 있던 수신 왕비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장산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저 자신은 군 경력이 별로 없거니와, 장수 수업이라곤 받아본 적이 없사옵니다. 부연해서 다시 말씀드리자면 일국의 장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온 즉, 저 자신의 능력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말씀이옵니다. 이것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솔직한 저의 충정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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