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프랑스 독서운동과 괴도 루팡
제7회 프랑스 독서운동과 괴도 루팡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21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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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민의 책으로 보는 세상
서 일 민 <청주 기적의 도서관장>

가을에 발표되는 노벨상 수상자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일본 기초과학분야의 노벨상 수상소식을 들으며 그 사회에 가진 장인정신과 기록정신에 대해 존경의 문화가 존재한다는 점일까. 문학상의 르 클레지오를 탄생시킨 프랑스는 나의 젊은 시절을 흔들었던 실존주의 문인들을 떠올리게 하고 아뽈리네르의 미라보다리를 추억하게 했다. '프랑스의 힘은 어디에서' 라고 도서관인답게 물어본다면 몇 가지 특징적인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17세기의 가브리엘 노데라는 문고장은 귀족문고를 세계 최초로 일반시민에게 공개시킴으로써 프랑스 시민혁명의 단초를 제공했으며 특히 그의 '양서와 악서'에 대한 관점은 후의 도서관사상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다음으로는 개성을 존중하는 프랑스에서 일반시민에 대한 독서보급운동, 독서시설 혹은 독서 그 자체를 '공독서' (Lecture Public)라는 단어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1931년 '공독서'(公讀書) 개념의 제시에 뒤이어 도서관·공독서국이 국민교육성에 창설되고 1945년 전 국민에게 책을 전달함으로써 독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대출중앙도서관이 건립되기 시작하여 현재 프랑스 전국에 97개관으로 확대되었다. 즉 '공독서'와 '공교육'을 대등한 개념으로 보고 전 국민에 대한 도서관 서비스의 보장을 통해 교육과 독서운동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이다. '학교에서는 학습 방법을 배우지만 실제로 학습하는 것은 도서관에서이다' 라는 말은 1881년 '의무' '무상' '비종교'의 3원칙에 기반한 프랑스 교육개혁을 주도한 페리의 말이다.

이러한 교육관점의 '독서'는 초중등 과정의 시험뿐 아니라 교원 임용시험과 대입국가고시(바깔로레아) 또한 주관식 혹은 논술중심시험으로 학생들의 풍부한 독서력을 요구함으로 교육의 전 과정에서 확인되고 있다. 즉 독서가 여가선용과 정서함양 수준을 넘어서 상급학교 진학의 필수이며 자아실현과 사회진출의 교두보 역할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교육중심의 독서운동이 TV와 컴퓨터게임에 잠식되어가는 현재의 독서환경에서 독서문화를 활성화시키기에 충분한 것은 아니다.

미국인 론 혼베이커(Ron HornBaker)가 2001년에 제안한 온라인 모임에 기반한 독서운동 '북크로싱' (Book-Crossing)은 프랑스 파리 4구청 주도로 진행된 빠스 리브르(Le Passe Livre)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이 독서운동은 자신이 읽은 책을 자신의 책꽂이에 꽂아두지 않고 해방시켜 여러 사람과 만나게 하자는 취지로 3R 즉 'read, register, release' 개념의 독서운동인데 자신이 읽고 싶어 하는 책과의 만남은 우연이 작용하지만 '우연히 공원 벤치에서 만난 내가 읽고 싶은 책', '같이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10권을 해방시켜라'등 많은 참여로 진행의 재미가 함께할 수 있는 독서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블로그 단위로 상당히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북 크로싱이 청주에서 진행된다면 하고도 생각해 본다.

또 하나의 독서운동인 '독서배틀'은 6개의 교과서 출판사 연합 단체인 사부와르 리브르(Savoir Livre)가 개최하며 심포지엄, 도서전 등과 함께 책 읽기, 책 만들기가 포함되고 전 연령을 대상으로 마을단위의 다양한 이벤트가 가능한 독서 운동이 되고 있다.

괴도 루팡이 떠오르는 것은 웬일일까. 공독서와 독서재미의 우연성에서 우리는 프랑스의 논리와 창의의 원천을 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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