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 문백전선 이상있다
326.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21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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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41>
글 리징 이 상 훈

"장산에게 어떠한 상을 내려주는 것이 좋겠는가"

장산이 허겁지겁 서둘러 궁으로 다시 들어가보니 어느새 사냥을 나갔다가 급보를 받고 급히 돌아온 아우내왕이 반갑게 그를 맞이해 주었다.

"장산! 듣자하니 그대가 충성심을 발휘하여 우리 왕비의 귀한 목숨을 구해주었다고"

아우내왕이 온화한 미소를 안면 가득히 머금으며 장산에게 물었다.

"황공하옵니다."

장산이 정중한 자세를 취하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방금 전에 말씀드렸지만, 제 목숨을 구해낸 자들 가운데 대정이란 자가 죽은 자들 가운데 가장 으뜸이라면 호위 무관 장산은 살아있는 자들 가운데 가장 으뜸이어요."

옆에 있던 수신 왕비가 이렇게 운을 떼고는 다시 장산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장산! 그대가 아까 신속하고도 용감하게 행동을 취하지 않았더라면 이몸은 꼼짝없이 아버님 어머님 계시는 산소 앞에서 비참한 죽음을 당하고야 말았을 것이요. 그러니 장산 그대는 내 생명의 은인이나 다를 바가 없소!"

"그건 너무 심한 과찬이시옵니다. 이 몸은 그저 소신껏 할 일을 했을 따름이옵니다."

장산은 수신 왕비의 이 말에 가슴이 찔끔했는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대답했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 위험스러웠던 사건은 애당초 장산 그 자신으로 말미암아 비롯된 것이 아니던가 그러니까 처음부터 요모조모 잘 따져서 살펴본다면 장산 그에게 후한 칭찬을 해주기보다는 오히려 호된 책임을 물어야만 할 것이요 그 책임은 능지처참 형에 처해진다 하더라도 별로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몹시 운 좋게도 이에 대한 모든 실마리를 거머쥐고 있던 대정이가 깨끗이 죽어 없어졌다. 그러니 장산으로선 이보다 더 고맙고 다행스러운 것이 어디 또 있을까보냐

이때 장산의 두 눈에 뭔가 확 들어온 것이 있었다. 그것은 형틀에 꽁꽁 묶여진 어느 사내의 처참한 몰골이었다. 대충 보아하니 아까 나무 위에서 활을 쏘다가 장산이 던진 단도를 맞고 떨어져 본의 아니게 사로잡힌 바라박 일당 중 한 놈 같았다. 놈은 심한 고문을 당한 탓인지 두 눈을 희멀겋게 뜨고 입을 헤 벌린 채 가벼운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휴우∼ 다행이다. 참말로 다행이다! 까딱했으면 바로 내가 저 모양 저 꼴로 될 뻔 했잖아!'

장산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길게 몰아내 쉬다가 그 옆에 있는 물체에 시선을 바로 멈췄다. 자세히 보니 아까 죽은 대정의 몸을 깨끗이 씻겨가지고 하얀 옥돌 위에 반듯하게 올려놓은 것이었다.

"왕비를 대신하여 의롭게 죽은 저 대정을 위하여 매성 대신이 아름다운 비문을 써주고 후하게 장례식을 치러준다지만, 살아있는 장산에게는 어떠한 상(賞)을 내려주는 것이 좋겠는가 경들의 의견을 말해보오."

아우내왕이 힐끗 장산을 한 번 쳐다보고는 주위에 있는 신하들을 둘러보며 이렇게 물었다.

"그의 민첩한 머리와 용감무쌍한 행동으로 인하여 귀하신 왕비님의 옥체가 무사하셨으니 이보다 더 큰 공은 없을 줄로 아옵니다. 그러니 그의 공로에 걸맞은 직급을 내려주심이 가할 줄로 아룁니다."

어떻게 하든 장산의 지위를 올려주고자 하는 아우내 왕의 속내를 알아차린 평기 대신이 재빨리 나서서 이렇게 말했다.

"그게 퍽 좋을 듯 하옵니다."

"그의 공로를 참작하시어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직급을 내려주소서!"

모든 신하들이 평기 대신의 말에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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