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 문백전선 이상있다
325.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20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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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40>
글 리징 이 상 훈

"왕명이오, 호위무관 장산은 궁으로 들어오시오"

"나리! 이상합니다요. 갑자기 제 손과 발에 쥐가 나는지 꼼짝할 수가 없습니다요."

뚱뚱한 사내가 납작 엎드린 채 징징 울면서 말했다.

"어허! 지금까지 말짱하던 손과 발에 왜 갑자기 쥐가 나느냐 어서 빨리 일어나 말(馬)처럼 굴지 못할까"

장산은 이렇게 큰소리로 꾸짖으며 들고 있던 칼집으로 다시 한 번 더 그의 팔다리 관절 부분을 탁탁 쳐댔다. '오도독'거리며 팔다리뼈들이 잘게 으스러지는 파열음 소리가 그 부분에서 경쾌하게 울려 나오는 듯 했다.

"으으윽! 정 정말이지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사옵니다 나리!"

"안되겠구나! 본디 말(馬)이 게으름을 피우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따끔한 채찍질이 필요한 법! 자, 어서 빨리 기어나가라! 네 놈의 머리 가죽을 통째로 도려내기 전에."

장산은 이렇게 말하며 허리춤에서 꺼내든 단도를 그의 두 눈 앞에 바짝 갖다 대었다.

"으아악! 얘들아! 어서 빨리 내 금화 주머니를 가져오너라!"

뚱뚱한 사내는 기겁을 하며 자기 부하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그러자 그의 부하 중 한 녀석이 금화 주머니를 가지고 잽싸게 다가왔다.

"빨리 금화 여섯 개를 꺼내어 장산 나리께 드려라."

뚱뚱한 사내가 거의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그러나 몹시 다급하게 말했다.

"이놈! 어찌 달랑 여섯 개만 내게 주고서 끝을 내려 하느냐 넌 약속을 어겼으니 마땅히 내게 그 배를 물어내야만 할 것이 아니더냐"

장산이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열 열두 개를 꺼내 드려라!"

뚱뚱한 사내의 명령에 그의 부하는 몹시 떨떠름한 표정으로 금화 열두 개를 꺼내어 장산에게 내밀었다. 장산은 그것을 받아들자마자 말처럼 올라타 앉아있던 뚱뚱한 사내의 몸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장산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큰소리로 말했다.

"내가 지금 너희들 숫자를 대충 헤아려보니 나를 따라온 자들과 이 자를 따라온 자들이 모두 합쳐 열두 명이구나! 내 이것을 줄 터이니 사이좋게 각자 한 개씩 나눠 가지려무나."

장산은 이렇게 말을 마치자마자 금화 주머니를 가져왔던 자에게 냉큼 도로 돌려주었다. 그러자 모두들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이고, 이놈들아! 나 좀 어떻게 해봐라! 두 손 두 발을 당최 움직일 수가 없어!"

뚱뚱한 사내가 아직도 몸을 일으키지 못한 채 큰소리로 외쳤지만 그러나 번쩍거리는 금화 한 개씩 얻게 된다는 말에 환장을 하다시피한 자들의 귀에 이런 것이 들려올 리 없었다.

"아니 여보! 당신이 얻은 금화를 왜 함부로 나눠 줘요 저게 얼마나 값이 나가는 건데"

대문 앞에서 울고 있었던 아내가 어느 틈에 몸단장을 하고 다가와 잔뜩 볼이 맨 목소리로 장산에게 말했다.

"이런 철딱서니 없는 여편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장산이 화가 나서 자기 아내에게 뭔가 꾸지람을 크게 해주려는 데, 갑자기 말을 탄 병사 하나가 집안으로 급히 뛰어 들어오더니 장산을 향해 크게 외쳤다.

"지엄하신 왕명(王命)이요! 호위무관 장산은 지금 당장 궁으로 들어오시오!"

왕명을 받은 장산은 부하들과 함께 급히 서둘러 말을 타고 궁으로 돌아갔고, 두 손과 두 발이 졸지에 무용지물로 되어버린 뚱뚱한 사내는 금화 한 개씩을 얻어가지고 희색이 만연해진 그의 부하들에 의해 조심스럽게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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