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 문백전선 이상있다
320.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1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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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35>
글 리징 이 상 훈

"내게 빌려간 돈과 약속한 이자를 빨리 돌려주시오"

"이 놈! 내가 누군지 모르느냐"

장산이 위엄 있는 목소리로 두 눈을 부릅뜨며 다시 외쳤다.

"허허. 내가 왜 모르겠소 왕비님 곁에서 항상 호위해 드리는 분 아니시오 그런데 그게 나랑 뭔 상관이요 난 빌려준 돈을 원금에다 이자를 쳐가지고 받아 내기만 하면 되는 사람 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저 평범한 사람 중 하나이외다."

뚱뚱한 사내는 조금도 두려워하거나 주저하는 기색도 없이 이렇게 말을 하고는 두 손으로 먼지를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라 가, 가만."

장산은 뭔가 이상한 듯 코를 킁킁 거리며 방 안을 둘러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지금 저 윗목 구석에 그려진 이상한 흔적. 필시 남자가 서서 소변을 보고난 축축한 자국이었다.

"네 놈이 저기다 오줌을 쌌느냐"

"그렇수다. 빌려간 돈을 내어 달라고 하니 못 내놓겠다하고, 그래서 할 수없이 이 방 안에 죽치고 앉아 기다리다보니 오줌은 심히 마렵고, 남의 요강을 함부로 쓸 수는 없고, 그렇다고 뭔가 단단히 작정을 하고 들어온 자가 잠시 뒷간에 갔다가 쑥스럽게 다시 들어올 수는 없기에, 저기에다 실례를 했수다."

"이 자식이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장산은 마침내 그의 목에 칼끝을 바짝 갖다 대었다.

"어허! 이 물건은 위험하니 어서 냉큼 치우시오! 빌려간 돈을 안 갚고 돈 빌려준 사람을 죽인다면 이건 강도짓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지 않소이까"

뚱뚱한 사내가 침착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을 하니 장산이 오히려 주눅이 들 지경이었다.

"넌 정말로 내가 두렵지 않느냐"

장산이 숨소리를 씩씩거리며 다시 물었다.

"하하. 내가 무서워 할 리가 있겠소 오죽하면 여북하겠느냐는 말이 있듯이, 사채를 빌려 쓰는 사람들치고서 내가 두려움을 느낄만한 사람은 아직껏 보덜 못했소이다. 어쨌든 내게서 빌려간 돈은 확실한 것이니만큼 약속한 이자를 쳐서 원금과 함께 빨리 돌려주시오!"

"으흠흠."

이에 마땅히 대꾸해줄 말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듯 장산은 그의 목에 겨누었던 칼을 도로 거둬들였다. 그러고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장산은 천천히 이렇게 다시 사내에게 물었다.

"그래, 넌 본전과 이자로 내게서 대체 얼마나 받아가기를 원하느냐"

"에, 양심적으로 계산을 하고 요모조모 따져보니 에누리 없이 딱 열두 개요."

"뭐 뭐 열두 개"

장산이 너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렇소이다."

"이놈아! 내가 알기로는 우리 집사람이 너에게서 단지 금화 3개만 빌렸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서 한꺼번에 그토록 많은 금화를 더 받아내려 하느냐"

"어허! 사채를 생전 처음 써보시나 난 오로지 계약대로 했을 뿐이라오. 단 하루가 늦을 때마다 어쩔 수없이 이자는 원금의 곱절로 갚아야 하고 내가 다만 이자 돈 얼마라도 받아내기 위해 집을 직접 찾아가게 되면 조금 더 많이 쳐서 받기도 하고."

뚱뚱한 사내는 여전히 장산을 깔보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장산은 그의 말에 너무 기가 막힌 탓인지 잠시 숨고르기를 해보고는 아랫배에 힘을 잔뜩 줘가지고 사내에게 호통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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