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역사와 화폐의 가치
돈의 역사와 화폐의 가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1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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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 규 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돈'은 칼을 뜻하는 도(刀)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실제로 청천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반도에서도 발견된 중국화폐 명도전(明刀錢)은 칼의 모양을 하고 있다. 고려 말까지 '전(錢)'과 '도(刀)'는 화폐의 의미로 나란히 쓰였고, 소리도 '돈'과 '도'가 같이 쓰이다가 한글 창제 이후 '돈'으로 통일되었다. '돈'이라는 글자가 '도(刀)'에서 나온 것은 그 '돈'을 한 사람이 많이 갖게 되면 칼(刀)의 화를 입을 수 있다는 훈계에서 비롯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무섭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를 가름하는 환율이 치솟을 대로 치솟으면서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가 제2의 IMF에 대한 공포수준에 접근하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평가절하, 즉 환율의 상승은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 경제에 치명적이다.

똑같은 물건(원자재)을 수입하고도 환율상승에 따라 값을 더 많이 쳐주어야 하니 물가 불안은 당연한 셈이고, 물가의 인상은 소비심리의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되는 것이다.

사실 '돈'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과 다름 아니다. 가상현실은 컴퓨터 모형화와 모의실험을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인공적인 3차원 시각적 및 그 밖의 감각적 환경과 상호반응하게 하는 기술로 사전적 정의되고 있다.

돈의 실체는 항상 존재하지만 신기루일 뿐일지도 모른다. 원시경제에서의 거래는 물물교환에 의해서만 가능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재화의 네트워크는 효율성을 기저로 주화에서 지폐로 진화하면서 오늘날 화폐, 즉 '돈'은 부의 상징처럼 돼버리고 말았다.

철학자 고병권은 그의 책 '화폐, 마법의 사중주'에서 화폐를 종잇조각에 불과할 뿐이라고 전제하면서 '뭐든지 가능하게 하는' 신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이 복합적으로 얽혀 만들어진 것이 화폐라고 단정한다. 그는 화폐의 구성요소에 대해 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네트워크인 시장과 화폐의 사용을 조절하는 국가, 화폐에 계약 의미를 부여하는 사회, 그리고 합리적으로 화폐에 대한 지식을 발전시키는 과학 등 네 가지를 거론한다. 고병권의 주장에 따르면 화폐, 즉 '돈'에는 어디에도 우리가 맹목적으로 의지하는 부의 축적의 기능은 구성되지 않는다. 또 화폐로 인한 위기상황을 적시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어찌됐든 지금 전 세계는 미국발 금융위기에 전전긍긍하고 있고, 이에 따른 미국으로의 달러 쏠림현상은 달러 품귀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는 IMF 구제금융이라는 우환을 경험한 바 있다. 이때 전 국민적 운동으로 펼쳐졌던 금모으기는 결국 지불준비금으로의 달러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의 일환이 아닌가.

조지 소로스는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지불준비금인 달러를 기초로 지난 60년간 이어진 신용확대가 이제 끝났다"고 말한 바 있다. 아니 달러화 시대에 대한 소로스의 종말 선언 대신에 신기루와 같은 '돈'에 대한 욕망의 자제가 이 위기의 시대를 사는 인간의 배려가 아닐까 한다.

박성효 대전시장이 내년 제60회 국제우주대회 개최를 앞두고 우리나라 1만원권 지폐를 활용한 홍보를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혼천의와 1400개 별자리가 그려진 천상열차지도 등 화폐 디자인으로 우리나라 우주 과학의 역사적 전통을 십분 활용한 것인데, 화폐가 이처럼 완상(琓賞)의 대상으로 문화적 지위를 만끽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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