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에티켓 Ⅱ
등산 에티켓 Ⅱ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1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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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량의 산&삶 이야기
한 규 량 <충주대 노인보건복지과 교수>

산에 대한 관심이 의외로 높다는 것을 최근 실감하게 된다.

산과 삶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지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어쩌다 한 번 눈에 띄어 읽게 된 분이나, 관심 갖고 여러 번 읽어주신 독자들이 계시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격려의 전화와 정보제공까지 해주시니 더할 나위 없이 고맙다. 잊고 지내던 친구와도 해후하고 옛날 제자도 찾게 되었으니 충청타임즈의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지난주 제게 격려와 공감의 전화를 주신 교장선생님, 그리고 정보를 제공해 준 한 청년의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나 홀로 메아리가 되지 않게 우선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심에 거듭 감사드린다.

살인무기와도 같은 스틱의 잘못 사용 지적에 대해서 많은 공감을 해주셨고, 애완견 동반등산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피력해 주었기 때문이다. 스틱의 사용과 등산 시 향수사용에 대한 두 가지 추가정보를 포함해 한 가지 에티켓을 더 소개한다.

스틱의 사용은 매우 중요해서인지 잘못 사용하는 사례를 말해주었다. 장시간 등산할 때는 필히 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스틱 사용을 하려거든 꼭 두 손을 모두 사용하라는 당부였다. 필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한 손이라도 사용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꼭 전달해야 할 내용이다. 왜냐하면 한 손으로만 사용하게 되면 몸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리게 되어 척추의 중심이 흔들리게 된다는 것이다. 산을 정복하기 위해서가 아닌 건강을 위한 등산이라면 꼭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두 번째 정보는 향수사용 금지이다. 향수를 뿌리고 등산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하겠지만 평소에 습관처럼 향수를 사용해 온 사람의 경우 등산시 땀냄새를 커버하기 위해 뿌리고 오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하면서 사용중지를 피력했다. 향수냄새를 맡고 산속의 곤충이 달려들어 위험할 수도 있을 뿐더러, 인공적인 향수냄새 때문에 산속의 공기가 오염된다는 사실이다. 자연의 공기를 마시려고, 수목(樹木) 혹은 야생화나 야생초의 향기를 맡으려고 간 산에서 화장품 냄새는 사양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몇 해 전 백양사에서 차를 덖는 스님들이 여신도 접근금지 처분을 내렸던 생각이 났다. 차를 덖는 현장에 "여신도의 화장품 냄새 때문에 차향이 버려진다"고 얼씬 못하게 한 것을.

기왕에 얘기가 나왔으니 한 가지 더 필요한 에티켓을 첨언한다.

산을 가다보면 가끔 배낭에 방울이나 종을 매달고 등산하는 사람이 있다. 인적이 드문 산속에서 뱀을 쫒기 위해 소리를 낼 필요가 있을 땐 필요할지 모르나 줄지어 산을 오르내리는데 앞이나 뒤에서 딸랑딸랑 연속해서 소리를 내며 따라온다면 그것은 당연히 소음공해이다. 도시에서의 온갖 소음과 기계음에서 벗어나 산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듣고자 산을 탔기에 이것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사람들의 귀를 피곤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바람소리,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풀벌레소리, 아름다운 새소리, 졸졸졸 계곡 물소리,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 낙엽 밟는 소리, 또르륵 돌 구르는 소리마저 자연이 빚어낸 적재적소의 최고의 오케스트라이다. 그런데 방울소리로 이 오케스트라 협주곡을 방해하는 것은 등산자격의 상실이다. 이러한 자연 오케스트라에 귀 기울이기 시작하면 나뭇잎 한 잎 두 잎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려올 뿐 아니라,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 밤송이 터지는 소리, 벌레들의 낙엽 갉아먹는 소리, 땡벌들의 영역다툼 소리도 들리게 된다.

어디 그뿐이랴. 나의 심장이 희열을 고백하는 울림소리 또한 들리게 된다. 게다가 코끝으로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 덕분에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짜릿함에 기뻐하며 팔랑거리는 허파의 숨소리를 듣게 해 준다.

지상의 여러 잡음과 소음, 전자파에 시달리며 살면서 듣지 못했던 소리들이 들리게 되면 이제 진정한 등산의 묘미를 알게 된다. 그래서 등산 에티켓이 필요하다. 이쯤 되면 가히 등산의 고수라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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